(이스포츠 골든타임①)아시안게임 입성한 이스포츠…화려함 뒤 숨은 그림자
억대 연봉 스타는 10명 중 1명…짧은 선수 생명에 해외로 눈 돌리기도
리그전 가능한 게임은 '롤'…대회 개최 국산 게임 극소수
2022-03-21 06:08:00 2022-03-21 06:08:00
오는 7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2022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에서는 이스포츠가 공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선수들은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5, 아레나 오브 발러, 도타2, 몽삼국2, EA스포츠 피파, 하스스톤 등 7종의 게임으로 승부를 가린다. 지난 20여년 간 게임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1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722억원 규모였던 국내 이스포츠 산업은 2020년 1204억원까지 확대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형 대회가 일부 축소되며 시장이 일시적인 침체기를 겪었으나 대체로 매년 2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전세계로 확대해봐도 추이는 다르지 않다. 2016년 4억9300만달러에서 2020년 9억4700만달러로 커졌다. 하지만 이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8%에서 14.6%로 되레 낮아졌다. 이스포츠 종주국이란 칭호가 무색하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한국의 이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대안들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스포츠는 게임물을 매개로 해 사람과 사람 간의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 활동을 의미한다. 이스포츠는 스포츠 선수들이 행하는 전문 이스포츠와 여가·친목도모를 위한 생활 이스포츠로 나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이스포츠 산업규모는 1204억원이다. 게임단 예산이 절반에 가까운 43.9%를 차지하고 있고 방송분야 매출, 스트리밍, 대회 상금 등이 산업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종목사의 매출과 이스포츠 인프라·선수 등에 대한 투자 등을 포함한 확장 산업규모는 1642억5000만원에 이른다. 날로 확대되는 시장 규모에 걸맞게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예산도 점차 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이스포츠 지원기관 예산은 178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스포츠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수층은 빈약한 편이다.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49개의 게임단이 운영 중이다. 다만 이 중 42.9%의 팀이 소규모 게임단이거나 선수들이 대회 참여를 위해 만든 일시적 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게임단도 46.6%에 달한다. 한 해에 50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게임단은 10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종목별로는 총 86개 팀이 운영 중인데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슈팅게임이 각각 12개팀, 리그오브레전드가 10개팀으로 많은 편이었다. 
 
프로 선수는 414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17~19세(20.9%), 20~21세(35.2%)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 코치 등 코칭스태프의 나이도 30세 이하에 3분의2가량이 집중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이스포츠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은 은퇴 이후의 삶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억대 연봉을 받는 소위 '잘나가는' 프로선수는 전체의 12%에 불과하고 코칭스태프의 대부분은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성군을 포함한 선수들은 불투명한 향후 진로(40.8%)와 군복무 등 경력단절(26.5%)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코칭스태프는 고용 불안정(44.7%), 작은 보수(23.7%), 코치 육성 시스템 부재(21.1%) 등의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경제적 보상을 위해 해외 리그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고 답한 64.8%의 선수 중 절반 정도가 '경제적 여건 향상'을 이유로 꼽았다. 선호 국가로는 중국이 93.2%로 압도적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이스포츠의 게임 종목이 외산 게임 일색이라는 점이다. 2000년 전후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중심이 됐다면 현재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게임사의 게임 중 이스포츠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 서머너즈 워(컴투스), 카트라이더(넥슨)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포츠라고 부르기 위해선 게임을 축제로 즐길 수 있고 선수들도 유망주가 프로로 성장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며 "국내 일부 게임들도 대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설 리그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해 이스포츠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게임이 이스포츠화가 되려면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는 PvP 요소가 구현되야 하는데, MMORPG 일색인 국내 게임 생태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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