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에 배우자도 실종…20대 대선이 남긴 진풍경
대장동 놓고 서로 '네가 몸통', 정책대결 실종…최초의 0선 대통령 배출
2022-03-09 17:17:53 2022-03-09 17:27:48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여러모로 역대 대선과 달랐다. 우선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꼽힌다. 선거 이전부터 여야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양강 후보의 비호감도가 지지율을 상회하면서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거로 비화됐다는 지적 또한 이어졌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불우했던 가정사에서 비롯된 형수 욕설이 비호감의 근원이 됐다. 장남 동호씨의 불법도박과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마저 더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자신을 비롯해 부인과 장모 등이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속 논란마저 더해졌다. 특히 정치신인의 한계를 드러내며 국정운영 능력 면에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무능 이미지로 귀결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8~10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개별 비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62.0%, 윤석열 후보 61.0%를 기록했다. 두 후보 모두 호감도는 34.0%(동률)에 그쳤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6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호감이 가장 떨어지는 대선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46.2%가 윤석열 후보를, 41.7%가 이재명 후보를 지목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역대급 비호감은 후보 배우자들도 일조했다. 배우자들 모두 각종 논란 끝에 투표마저 따로 비공개로 진행했다. 역대 대선에서 처음 보는 이색 풍경이었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부인 김혜경씨를 대동하지 않고 홀로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9일 자택 인근에서 본투표를 했다. 그간 활발하게 선거운동에 나서며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대조적 모습을 보였지만,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일체의 공식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공무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도청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지적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국민의힘은 김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도 지난 4일 자택이 있는 서초동 인근에서 비공개로 사전투표를 했다. 김씨는 허위경력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 공식석상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허위경력 논란은 조국 사태를 소환하며 윤 후보의 공정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최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다시 불거지는 등 여론이 극도로 좋지 않다. 김씨는 공개활동 없이 대선을 마치는 사상 최초의 배우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선 중반에는 이른바 김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놓고 세간을 들썩이게 했다. 방송금지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는 등 법정 논란 끝에 전파를 탔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국민의힘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왼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사진=뉴시스
 
동시에 여야 유력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87년 직선제 이후 첫 '0선의 대통령'이 된다.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가 만들어 낸 이색 상황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후보는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 경험조차 없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4개월여 만에 제1야당 대선후보로 올라선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더한 정치신인이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이 보여준 충격은 더 이상의 여의도 문법을 거부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국회의원과 당대표, 국무총리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이낙연, 정세균 두 사람이 변방의 비주류였던 이재명 후보에게 대선후보 타이틀을 내주는 이변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역시 나홀로 0선인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내로라하는 이들을 꺾고 당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모두 0선의 한계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정치력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됐다. 무엇보다 의회를 무시하는 일방적 독주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  
 
통용되던 정치권의 선거 공식도 사실상 깨졌다. 기존에는 2030세대 등 젊은층이 민주당의 집토끼로 인식됐으나,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20대 남성이 보수화된 영향도 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노려 '세대포위론'을 통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재연을 장담했다. 한편으로는 조국 사태 등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이 이들을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각 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영·호남의 무조건적인 지지도 희석되는 분위기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 이 후보가 약진하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거듭된 여론조사에 고무돼 TK 득표율을 당초 25%에서 30%로 상향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대구를 찾아 자신을 "대구·경북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경북도민의 노래' 한 소절을 직접 불렀다. 윤 후보 역시 당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호남 득표율을 30%로 설정했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속해서 소환하며 호남과 중도층 표심에 공을 들였다. 보수정당 대선후보로는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 생가인 전남 하의도를 찾기도 했다. 또 호남지역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보내는 정성을 보였다.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열차'의 첫 목적지도 호남으로 선정하며 서진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답게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정책도 엇비슷해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물고 물리는 폭로전 속에 두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서로 '몸통'으로 지목하며 맞섰다. 대장동 특검은 대선 당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을 윤 후보를 통해 해결했다'는 취지의 음성파일이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되면서 공방은 극에 달했다. 이 후보는 "널리 알려달라"며 윤 후보를 몰아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죄자 녹취록으로 왜곡 선전하고 있다. 공작정치에 불과하다"고 반격했다. 여기에다 무속 논란 등도 더해지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에서는 '쥴리' 논란마저 계속해서 제기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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