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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활로열기①)디지털 전환 속 위기론 확산
빅테크·핀테크 등 공습에 인터넷은행 러시까지
"디지털 강화하고 빅테크와 협력해 경쟁력 키워야"
2022-03-03 06:00:00 2022-03-03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방은행들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인터넷전문은행의 가파른 성장 등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로 생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에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지방은행의 존재감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지방은행은 지난 1960년대 말 '1도1행' 원칙에 따라 설립됐지만, 외환위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6개 은행만 남게 됐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도 매우 작은데, 지난해 6월 말 기준 가장 규모가 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의 총자산은 8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규모가 가장 큰 시중은행의 6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수익성 지표와 총자산성장률은 2017년부터 시중은행보다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방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6년 7.24%에서 2017~2020년 평균 6.3%로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확산 등의 영향으로 대출 자산이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부산·경남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의 순이익이 늘었다.
 
지방은행의 위기론은 우선 지역경제의 침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금융의 확산, 빅테크·핀테크 등의 공습 등에서 비롯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 경영에 따른 특화 상품 개발 등을 기반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시중은행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6~7년 전부터 시중은행보다 성과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은행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금융의 확산, 핀테크 등 신 경쟁자 출몰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4차 산업혁명 열풍을 타고 시중은행들이 큰 비용을 들여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동안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면서 지방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수도권보다 침체되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산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현상도 지방은행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시중은행과 경쟁을 피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틈새시장인 중금리 대출 시장 역시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시장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방은행들은 올해 경영 화두로 우선 디지털 전환을 내걸었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 비대면 상품,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산성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플랫폼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부산은행은 올해 미래 생존을 위한 조직 혁신과 고객 기반 확대 강화를 목표로 세우고 지난 6년간 운영해온 생활금융플랫폼인 '썸뱅크' 운영을 중단했다. 경남은행도 올해 슬로건을 'Digital WAVE'로 삼고 '디지털 혁신, 고객을 향한 새로운 가치창출'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지방은행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핀테크·빅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이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지역민과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수준 높은 은행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은행은 핀테크·빅테크와의 제휴 강화를 통해 부족한 디지털 경쟁력을 보완하고 영업·마케팅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면서 "두 개의 은행 자회사를 가진 지방은행 지주회사들의 경우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9일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안감찬 BNK부산은행장(가운데), 김판종 미디움 대표이사(왼쪽), 소니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 이현훈 대표이사가 디지털자산 금융사업 진출을 위한 '메타버스-블록체인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산은행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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