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면 ‘이쯤 했으면 됐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손에 익숙해져서,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 받는 정지훈은 자신을 두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 배우라고 말했다.
tvN 드라마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와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드라마다. 정지훈은 극 중 은상대병원 흉부외과 최고의 써전으로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냉소와 독설, 오만뿐인 차영민 역할을 맡았다.
정지훈은 “수술 장면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정말 매 수술 장면마다 굉장히 보람찼다. 많이 배우기도 했고 열심히 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3년 만에 드라마를 한 것에 대해 “MBC 작품 이후 3년 만이다. 사실 드라마를 끝내고 미국에서 오디션을 보고 해외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무산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고 하지 않나. '깡'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예능도 찍고, 넷플릭스도 찍고 드라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영민을 연기함에 있어서 정지훈은 흉부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많이 했단다. 그는 “작품을 연구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와 상담을 했다. 그들에게 위기의 순간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그들의 고뇌와 고충, 정신적을 힘든 부분이 없는지를 상담해 차영민에 대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영민의 발음, 억양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지훈은 “내가 발음이 좋지 않아서 발음, 억양 공부를 많이 한다. 차영민에게 맞는 발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출연을 결심하고 준비를 했던 정지훈이지만 막상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의학 용어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단다. 작품이 재미있어서 도전 정신으로 작품에 뛰어든 정지훈은 “머리 속 메모리가 아니라 혓바닥 메모리”라는 표현을 쓸 만큼 톡 건드리면 나올 정도로 달달 외우고 또 외웠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 정지훈 인터뷰. (사진=써브라임)
극 중 차영민은 냉소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뒤에서 선행을 하는 인물이다. 정지훈은 “냉소적인 차영민을 연기할 때와 인간적인 코마 고스트 상태일 때의 차영민의 경계를 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차영민 자체가 따뜻한 감성이 있지만 한 몸이라 생각한 여자친구가 떠나고 여러 갈등 구조로 인해 그렇게 된 거 같다. 마음은 차갑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살리려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정지훈은 고민이 많았다. 그는 “대본에는 차영민이 코믹하지 않고 따뜻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며 “악역과 비슷할 정도로 냉소적이었다. 그러다 고승탁과 팀을 이루면서 선행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너무 딱딱할 것 같아서 애드리브를 하기도 하고 코믹 요소를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고스트가 되기 전 악역 같이 느껴질 수 있게 하고 고스트는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하나의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지훈은 “코믹하게 하기 위해서 서 있을 때도 어정쩡하게 서있거나 한승원 부원장에게 ‘울대를 쳐버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대를 친다는 건 성동일 선배의 애드리브였다”며 “내가 따라하니까 다른 배우도 따라했다. 이런 것이 호흡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곳곳에서 과하게 웃음이 섞여 있는 건 대부분 애드리브였다. 김범 배우와 약속한 게 ‘대사를 생각하면서 내뱉지 말자’였다. 무의식적으로 호흡하듯 대사를 주고 받기 위해서 현장에서 대본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때로는 즐겁게 촬영한 ‘고스트 닥터’다. 하지만 정지훈은 다시는 의사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다른 의사 캐릭터를 맡을 자신이 없다. 차영민이 마지막일 것 같다.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했지만 또 다른 의사 캐릭터를 만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술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수술 도구와 의학 용어들을 다 외웠다. 마음으로 와 닿아야만 애드리브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술 장면의 경우 카메라 세 대로 롱테이크처럼 찍었다”며 “구체적인 장비를 알아야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수술 장비를 줄줄이 나열할 수 있다. 수술 방에 가면 도구를 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단어를 외우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정지훈은 “수술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다. 드라마상 더미의 오장육부를 다 보여줘야 하는데 그 더미와 싸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의사 직업을 가진 분들을 정말 존경하게 된다”며 “다시는 의사 역할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 정지훈 인터뷰. (사진=써브라임)
현장에서도 선배 역할을 할 만큼 연차가 쌓인 정지훈이다. 그럼에도 후배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단다. 그는 오히려 후배들을 배우는 입장에서 연구하고 지켜본다고 했다. 그는 “때에 따라서 애드리브를 하면 맞추려고 한다. 가끔 과하게 캐릭터를 잡고 오는 배우가 있으면 힘을 빼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현장 분위기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드라마라는 게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이 즐거우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현장을 즐겁게 이끌려고 했다. ‘고스트 닥터’의 현장도 즐거웠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된 정지훈은 “어느 정도 발전을 했는지 질문을 던져 봤다. 후회도 많고 뭘 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첫 작품 ‘상두야 학교가자’부터 쭉 봤는데 달라진 부분, 발전된 부분도 있고 여전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고스트 닥터’를 잘 끝내고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끝내서 감사하다”고 했다.
정지훈은 그렇게 자신의 20년을 돌아보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후배에게도 배우는 중이다. 선배들은 당연하다”며 “동료 배우들도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요즘에는 춤을 잘 추는 친구들도 많아서 배우는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 정지훈 인터뷰. (사진=써브라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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