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추계·나라빚도 과하지 않은데…'추경 14조' 고집하는 기재부
14조 추경 내달 3~8일 국회 심의
여야 대선후보들 "35~45조 규모로 증액해야"
기재부, '나라빚' 걱정에 추경 증액 선그어
입력 : 2022-01-27 22:35:00 수정 : 2022-01-27 22:35: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증액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오미크론 유행·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에 따라 소상공인의 피해가 장기화를 맞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확장적 재정 역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높기 때문이다.
 
27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재부가 고집하고 있는 ‘14조원 추경안’은 내달 3일에서 8일까지 상임위별 추경안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9조6000억원, 손실보상 1조9000억원, 코로나19 방역보강 1조5000억원 등 총 14조원 규모다.
 
하지만 여야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증액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충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을 위해 35조원의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보다 더 많은 45조원을 거론하고 있다. 
 
이는 당초 올해 예산에 포함된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이 2조2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장기화·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을 책정한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소상공인의 손실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편성하지 않았다"며 "추경 증액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5%(1천100만원) 감소했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1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1%(1400만원) 급감했다. 월별로 따지면 16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1년 전보다 반 토막이 났다.
 
예술·스포츠·여가업은 1년 영업이익이 3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5.2% 급감했다. 교육서비스업은 800만원으로 66.4% 감소율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의 영업이익 감소율 역시 56.8%로 전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상공인이 보유한 총부채는 294조4000억원으로 47조7000억원이 늘었다. 증가율이 19.3%에 달한다. 업종 중에선 교육서비스업의 부채 증가율이 47.4%로 가장 높다.
 
류필선 소상공인엽합회 홍보팀장은 "지난해에는 영업 제한과 외출 금지에 준하는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어지는 등 영업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2020년보다 더욱 심각한 타격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7일 정부·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추경안은 내달 3일에서 8일까지 상임위별 추경안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사진은 폐업한 가게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세수를 과소 추계한데다, 추경 편성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지난해 국세수입을 282조7000억원으로 내다본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국세수입은 34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60조원 초과하는 역대급 세수추계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당초 기재부가 2021년도 세수추계 과정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국세수입이 7조9081억원(2.1%) 감소했던 2020년 국세수입(285조5462억원)보다도 낮게 전망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성장률을 4.1%로 예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게 추계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당시 기재부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세수가 2조원 더 걷힌다고 계산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며 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해 "적자국채로 예산편성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는 국가 채무를 근거로 한다. 추경 14조원 편성시 필요 재원의 11조3000억원 적자국채 발행할 경우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원에서 1075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부채로 보면 차이가 발생한다. 
 
나랏빚은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로 나뉘는데, 국가채무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외에서 돈을 빌려 생긴 빚이다. 국가부채는 국가채무에 연기금 부채나 공기업 부채 등 미래에 국가가 지불해야 할 금액을 더한 것이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공개한 '2019~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부채 증가율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9~2022년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율은 21.4%로 OECD 평균인 23.5%보다 낮았다. 한국의 2022년 국가부채비율 역시 49.7%로 OECD 평균(135.3%)을 크게 밑돌았다. 
 
재난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을 경우 민간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라빚이 늘더라도 재정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재통화기금(IMF)도 지난 25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확대된 재정적자를 축소할 필요성은 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취약계층과 기업지원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 36%에서 2018년 35.9%, 2019년 37.6%, 2020년 43.8%, 2021년 47.3%로 양호한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도 "신용등급 평가 관점에서 재정여력은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인 상승 전망은 중기적 관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조원을 투입하는 정부의 추경안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존중되기를 기대한다"며 증액 요구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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