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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양자 TV토론에 대한 유감
2022-01-24 15:53:40 2022-01-24 15:53:40
생수를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진열대에 탄산음료만 잔뜩 놓여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더라도 탄산음료를 집어들 것인가, 아니면 발걸음을 돌려야 할까. 
 
설 연휴를 전후해 양자 TV토론이 가시화하고 있다. 1안은 설 연휴인 31일, 2안은 30일에 개최하는 걸 두고 거대 양당의 협상이 분주하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토론이 유력하다.
 
그러자 제3후보들이 총력 저지에 나섰다. 토론에서 배제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TV토론을 주관하는 공중파 3사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심문은 오는 24일과 26일 각각 열린다. 
 
공직선거법상 대선후보 TV토론 참여 기준은 △의석수 5석 이상 정당의 후보자 △선거운동기간 시작 전 한 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등이다. 심상정 후보가 속한 정의당은 원내 6석,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최근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자격이 충분하다.
 
방송사가 주관하는 TV토론회는 법정토론이 아니어서 양자든, 4자든 재량껏 할 수 있다. 구체적인 규정이 없을 경우엔 선거법 등을 따르게 돼 있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 후보로만 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심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TV토론과 비교해서도 이번 양자 토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KBS와 MBC는 '최근 공표된 순으로 3개 조사의 평균 지지율이 10% 이상인 후보'라는 독자 기준을 내세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무소속 3당 후보만 초청해 두 차례의 TV토론을 열려고 했으나, 이에 배제됐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TV토론이 무산된 바 있다. 첫번째 토론부터 참여하지 못할 경우 초반부터 비주류의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였다. 
 
'뽑을 사람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 TV토론은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은 거대 양당과 방송사의 편익이 결합한 '담합'으로까지 느껴진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밥상에 상한 밥만 있어서 도대체 먹을 수가 없는데 밥을 먹어야 하는 국민에게 상한 밥만 주고 밥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갑질 행위"라고 표현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지금 대한민국 시장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게 정치시장"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적어도 토론의 장이 열리면 정의당이 해온 길, 앞으로 하고자 하는 길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보장되고 그 과정에서 평가해 주시리라 확신한다"고 호소했다.
 
거대 양당의 정치적 셈법도 깔려있다. 민주당은 달변가인 이재명 후보가 인물 경쟁력을 부각할 수 있단 점에서 양자 토론을 선호하고, 국민의힘은 안철수 후보의 의외의 선전이 윤석열 후보의 위협하는 야권 표 분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양자 토론을 고수하고 있다.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은 상당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더좋은 TV토론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9.8%가 다자토론을 꼽았다. 양자토론은 고작 27.0%, 모름·무응답 3.2%다.(95% 신뢰수준에서 ±3.1%p·자세한 내용은 KBS·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례없는 녹취록 공방에 형수 욕설, 무속 논란 등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대선 판에서 이번 대선의 첫 TV토론은 유권자에게 검증과 비교의 판단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회다. 언론의 집중도가 낮아 비전이나 정책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제3후보들에게 토론 기회를 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 알권리 보장은 두말할 나위 없다. 상품이 다양해야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
 
임유진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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