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코호트 격리로 어머니 사망" 유족들 국가 상대 손배소
시신 통한 코로나19 감염 우려 없는데도 임종 못지키게 해
법 근거 없는 코호트 격리, '사회적 약자 중심' 비판도
입력 : 2021-12-01 16:09:49 수정 : 2021-12-01 16:09:4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부실한 코호트 격리로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1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 소재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 유족 다섯 명이 국가와 서울시, 구로구와 병원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신 감염 근거 없음에도 유족 임종 막아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인 최재홍 변호사는 "(지난해) 12월15일 (요양병원) 첫 환자가 발생했고 망인이 이틀 뒤인 12월17일 코로나19에 확진돼 10일만에 사망했다"며 "감염병 예방법에도 법적 근거가 없고 실제 이뤄져야 할 코호트 격리의 제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고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동일 공간에 격리시킨 자체가 감염 확산 가능성을 굉장히 높인다는 점이 소송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민변에 따르면 원고들의 어머니 A씨는 지난해 12월27일 다른 병원에 이송되지 못하고 격리 상태로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고 원인은 코로나19에 따른 바이러스성 폐렴이다. 유족은 A씨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사망 다음날인 28일 화장됐다.
 
민변은 국가가 미흡한 조치로 A씨를 사망케 하고 화장을 강제해 유족의 결정권과 정신적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변이 공개한 편지에서 유족은 "(정부가) 저희 유족들이 임종도 지키지 못하게 했고 돌아가신 다음 시신도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시신이 코로나 감염이 안된다는 과학적 명시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방치하고 홀로 숨을 거두게 했다"며 "그 후 장례에 걸맞는 모든 것이, 염도 수의도 못 입히고 일방적으로 취소됐고 화장 후에야 뼛가루가 유족에게 전해졌다. 유품도 없다.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시신에서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신에 가깝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는 점에서 장례 절차에서 유가족의 결정권 침해 부분은 분명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전문가 권고 수준인 1주가 아닌 2주 단위로 했고 감염자·의심자·비감염자를 완전 분리한 코호트 격리를 하지 않은 점도 소송 근거다.
 
서울시는 구로구는 서로 협의해 코호트 격리된 감염자를 외부 병원이나 치료시설로 이송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이 소송 이유다.
 
병원 법인은 역학조사 결과 수시 환기도 식당 칸막이도 없는데다 좌석 간격이 좁았고, 직원·환자 동선이 겹치고 요양보호사 마스크 착용 불량 등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한다.
 
법적 근거가 부족한 코호트 격리가 그 자체로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대리인인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코호트 격리가 예외적으로 시행돼도 내부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끼리임이 확인될 것이 요구됨에도 요양병원에서는 그냥 감염자가 나오면 감염자 접촉자 비감염자 너나할 것 없이 코호트 격리하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코호트 격리 시행 요건과 절차, 대상, 구체적 방법, 코호트 격리된 사람의 보상 지원 등 어떤 내용도 법이든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시행됐다"고 말했다.
 
민변은 메르스 이후와 코로나19 소강상태 당시 병상 확대 기회를 살려 감염자와 비감염자 분류를 통한 집단감염 확산 예방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피해자 유족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코호트 격리는 우리사회의 비극적 단면"
 
다산인권센터의 랄라 활동가는 올해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시설 코호트 격리 경험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랄라 활동가는 "코호트 격리로 내부 감염된 요양보호사는 정부에서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고 한다"며 "요양보호사가 감염되면서 가족이 실직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호트 격리는 하나의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우리사회의 단면, 공공의료가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보호와 감염 확산 저지라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코호트 격리가 시행되고 있고 여전히 힘 없는 이들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가 생명과 존엄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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