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용화여고 '스쿨미투', 초동대응부터 점검 필요"
최경숙 '노원시민모임' 전 집행위원장 "백서 준비 중"
가해교사 재수사 관철…'엄벌 촉구' 탄원서 법정 제출
"교육 당국, 학교 성폭력 미온 대응…상담실 개선해야"
입력 : 2021-11-22 06:00:00 수정 : 2021-11-22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의 성폭력을 사회에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일어난지 3년8개월이 흘렀다. 용화여고 졸업생으로 이뤄진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용화여고위원회)’가 지난 2018년 3월 학교 내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해 4월엔 재학생들이 학교 창문에 선배들의 운동에 화답하는 의미로 포스트잇을 붙이는 일명 '창문 미투' 활동을 진행했다. '스쿨미투'라는 네이밍이 붙은 일은 당시 활동이 처음으로 이후 다른 학교들로 번져나갔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분투를 접한 노원 지역 시민사회는 연대 필요성을 느꼈다. 이들은 4월13일 19명이 참여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노원시민모임)'을 꾸리고 활동에 나섰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용화여고 사건 재수사 촉구가 있다. 2018년 12월 검찰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를 발표하자, 2019년 1월30일 재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고민할 때에는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8244명의 연명을 받아 제출하기도 했다. 1심과 2심 재판부에도 각각 1000명대의 연명을 받아 엄벌 촉구 탄원서를 냈다. 결국 지난 9월30일 대법원 판결에서 가해 교사는 징역 1년6개월 원심이 확정됐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만으로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화여고뿐 아니라, 전국 학교에서 성폭력·성희롱 근절과 해결을 달성하려면 제도적·법적으로 과제가 산적했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9일 자세한 이야기를 노원시민모임의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최경숙씨에게 들어봤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생상담자원봉사자로서 학교를 드나들었다. 2012년부터는 학교 내 학생 상담 기관인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2014년 이후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여성폭력 예방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 9월30일 용화여고 '스쿨미투' 확정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경숙 전 노원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노원 지역 시민단체 마들주민회 회원인 최 전 집행위원장은 미투 운동을 지역에 확산시키는 일을 회원들과 논의하다가 용화여고 사건을 접했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미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집담회'를 하자고 마들주민회에 제안했고 4월16일로 날짜가 잡혔다"면서 "4월6일 마들주민회 활동가가 '창문 미투' 기사를 보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노원시민모임을 꾸려 연대 활동을 벌였지만 서울북부지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노원시민모임에서 고민 끝에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자 사건을 담당한 검사로부터 회견 후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간담회에 나타난 부장검사 설명으로는 졸업생 피해자 5명이 처음에는 검찰 진술했으나, 증거 보완 조사에서는 진술하지 않아 검찰시민위원회가 불기소 처분 의견을 냈다"며 "기자회견이 없었다면 재수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선생을 신고하면 나쁜 학생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 진술하고 나니 다시 진술을 망설이게 된 것"이라며 "경찰이나 검찰이 재진술의 필요성을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줘야 했었다"고 강조했다. 또 "초동단계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한 영상녹화를 재진술 대신에 활용했으면 한다"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 재진술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하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8월 재수사가 결정됐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작년 4월28일 피해자 지원 변호사를 직접 만났다"며 " 마침 변호사는 검찰로부터 '5월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테니 관련해서 제출할 것 있으면 내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노원시민모임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변호사를 통해 검찰이 통보한 날짜보다 사흘 정도를 더 벌었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8000여명의 서명을 며칠 만에 받고 북부지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도 벌여 검찰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최경숙 노원시민모임 전 집행위원장이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재판 과정에서는 판사의 노력도 컸다는 설명이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일부 피해자들이 연락 문제로 증언대에 서지 못하자 판사가 경찰과 검찰에 찾으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면서 "판결 결과를 보니 재판 증언이 충분하지 않았을 경우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에게 보낸 탄원서에 피고인에게 당한 피해를 명시한 것도 영향을 끼친듯 싶다"며 "어떤 사람은 저에게 보낸 메일에서 '2009년 1학년부터 피고인에게 피해를 너무 많이 당해, 재판 결과를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기뻐할 거 같다'고 할 정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빠져나간 다른 가해자들의 존재가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이번에 실형 확정된 가해교사 외에 해임된 교사와 계약해지된 기간제 교사가 있다"면서 "가해 정도가 뒤쳐지지 않는데도 고발자가 없어서 사법처벌받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 학교에서 쫓겨났으니 고발자는 교육청이 돼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진행하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또 "기간제 교사는 최근에 서울에서만 성비위 경력을 명시하는 제도가 생기고 다른 지역에는 시행되지 않았다"면서 "법의 미비로 인해 빠져나가는 교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청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이루지 않는 이유로 패소 가능성을 든다"며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오랜 상담 경력자로서 학교 상담실의 개선 과제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상담사는 성폭력의 개념도 모르는 학생이 일상의 불편함을 상담할 때에 성폭력이 있음을 '캐치'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신고해야 하는 일은 처리 과정 몰라서 못하거나, 반대로 피해자가 정말 신고를 원치 않는데 보호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터뜨려 버릴 경우 모두가 문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교가 시민조사관으로 신고한 뒤에 처리가 되지만 예산 등 문제가 있다"며 "1차적으로는 학교 상담실에서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적어도 스쿨미투 일어난 학교는 상담실부터 점검하라"며 "여성폭력 중에서도 가정폭력 100시간, 성폭력 100시간 등 분야별로 기본 교육받은 사람을 상담사로 뽑고 1년 서너시간 정도가 아닌 집중적인 보충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원시민모임은 오는 2022년 '창문 미투'가 일어난 4월6일을 맞아 용화여고 사건 관련해 당국의 대응을 점검하는 토론회 개최 계획을 짜고 있다. 백서까지 작성해 내놓을 예정이다. 백서 내용에는 초동 대응이 포함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사건이 일어난 이후인 2018년 4월6일 용화여고 재학생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노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전수조사 결과를 노원경찰서에 전달했다고 이야기했으나 노원경찰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백서는 원래 제가 아니라 교육 당국이 써야 하는 것"이라면서 "사법처리는 피해자가 노력한 겨로가지 교육 당국이 개입해서 도와준 것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 3일 스쿨미투 3주년 토론회에서 교육부 장관이 용화여고를 방문해 교육감, 교장, 용화여고위원회, 피해자와 식수 행사를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집행위원장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고 해결도 스스로 하게 한 점을 행사에서 장관이 사과했으면 한다"며 "교육부는 한 학교를 방문하는 게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회신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30일 대법원 전경.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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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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