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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없다②)헌혈 공가·명문가 인증제 등 시민에게 들어본 '헌혈 해법'
혈액 수급난 위기…헌혈기부문화 조성 '해법 모색'
일반시민들 "'헌혈공가제'…안정적 혈액공급의 '열쇠'"
"'지루한 1시간'…누군가에게는 '생명줄'"
이웃사랑의 또 다른 이름…'헌혈명문가' 인증제도
2021-10-05 06:00:10 2021-10-05 06:00:1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더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여파로 헌혈자가 급감하면서 혈액 수급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헌혈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묘수로 시민들이 직접 '헌혈공가제', '헌혈명문가 인증제'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헌혈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헌혈자 간담회’에서는 연령별·지역별로 다양한 계층의 헌혈자들이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사회복지사, 보험설계사, 직업군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 헌혈자 7명이 참석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박현식(38) 씨는 고교 재학시절 수업을 빼먹기 위해 헌혈을 처음 시작했던 때를 회상며 첫 말문을 뗐다. 박 씨는 당시 10년 지기 친구를 급성백혈병으로 떠나보낸 후 꾸준히 헌혈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헌혈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헌혈자 간담회’에서는 연령별·지역별로 다양한 계층의 헌혈자들이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사진은 2021년 헌혈자 간담회 참석자들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박 씨는 "헌혈은 많은 추억을 가져다 준다"며 "대학생 시절 혈액원에서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수업 도중 달려가 헌혈했던 일은 지금까지도 삶의 큰 보람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친구를 통해 헌혈의 소중함을 배웠다. 특히 헌혈을 하면서 봉사의 보람을 느꼈고, 봉사를 통해 헌혈하는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키웠다. 현재 그는 '포낙보청기' 대구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사협회 헌혈동아리인 '더 플러스(THE PLUS)' 회장도 맡는 등 20여년째 헌혈을 해오고 있다.
 
박 씨는 혈액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헌혈공가제'를 제안했다. 헌혈 공가제는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에 눈치를 보지 않고 헌혈을 할 수 있는 공적 휴가를 말한다.
 
박 씨는 "공기업과 기업이 혈액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혈액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지자체에서 헌혈 장려 조례가 발의되고 의결됐으면 좋겠다"며 "지역특성을 반영해 헌혈자·혈액원·정부가 함께 헌혈을 실천하고 장려하는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헌혈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헌혈자 간담회’에서는 연령별·지역별로 다양한 계층의 헌혈자들이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사진은 2021년 헌혈자 간담회 참석자들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고등학생 시절 헌혈증 기부시 PC방 2시간을 무료로 준다는 말을 듣고 처음 헌혈을 시작한 충북 충주에 사는 보험설계 강문성(30) 씨는 혈액 홍보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강 씨는 230회 헌혈자로 지난 6월 14일 세계헌혈자의 날 때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은 인물이다.
 
강 씨는 "전혈과 혈장, 혈소판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알게 되며 스스로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며 "헌혈한 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홍보가 더 이뤄진다면 헌혈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혈을 하는 1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며 "그저 손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송태규(58) 씨는 최근 277번째 헌혈을 마친 인물이다. 송 씨는 내년이면 헌혈 300회 기록을 앞두고 있다. 송 씨의 자녀인 아들과 딸도 각각 헌혈 100회씩을 훌쩍 넘긴 상태다.
 
송 씨는 헌혈자 예우조성 방안으로 '헌혈명문가' 인증제를 제시했다.
 
그는 "온 가족이 일정 횟수 이상 헌혈을 한 가족을 '헌혈명문가'로 선정해 다회 헌혈자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킨다면 지속성 있는 혈액기부 문화를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혈명문가'를 선정한다면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해야 할까, 횟수는 몇 번으로 해야 할까 등을 고민이 필요하다. 이렇게라도 해서 헌혈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헌혈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헌혈자 간담회’에서는 연령별·지역별로 다양한 계층의 헌혈자들이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사진은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백경순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복지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10월 한 달 동안 헌혈참여 및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집중 홍보기간을 가동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속 혈액수급 안정화를 위해 정부 각 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솔선수범 헌혈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10월 내 범정부 국가헌혈추진협의회 실무협의체, 혈액전문가들로 구성한 혈액위기대응 소위원회 등 혈액부족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백경순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헌혈 증진과 예우를 위해 소중한 의견 내주신 헌혈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헌혈문화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헌혈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헌혈자 간담회’에서는 연령별·지역별로 다양한 계층의 헌혈자들이 해법 마련을 모색했다. 사진은 헌혈버스에서 헌혈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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