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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사라진 '구미여아', 시간이 없다
2021-08-20 06:00:00 2021-08-20 06:00:00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바꿔치기 된 아이는 살아있을까.
 
지난 17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숨진 여아 친모의 판결문을 읽어야 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다 항변하듯 재판부를 바라보던 석모씨는 홀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가 외손녀가 아닌 친딸이라는 판단에 오열했다.
 
증거는 많았다. 재판부가 수사 기간 네 차례에 걸친 유전자 검사 결과, 석씨의 출산 관련 유튜브 영상 시청 내역과 스마트폰 앱 설치, 갑작스런 퇴사와 생리대 구입 중단 기간 등을 열거하자 석씨의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 2018년 3월 말~4월 초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딸을 외손녀와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자, 몸을 가누지 못해 공판이 멈추기도 했다. 재판부는 산부인과 1층 접수대를 거치지 않고 아기와 산모가 있는 2~3층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범행이 가능했다고 봤다. 당시 입원한 산모들이 누구나 제한 없이 야간에 출입할 수 있었다고 진술한 점도 판단 근거였다.
 
'불리한 정상'은 석씨를 완전히 주저앉혔다. 재판부가 "범행을 자백할 경우 피해자의 행방에 따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라고 말하자 석씨는 엎드려 울었다. 그 사이 "움직이지 못하는 과학적 사실이 있음에도 미성년자 약취와 출산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징역 8년 선고 직후 석씨는 바닥에 쓰러졌다.
 
무너진 석씨를 보며 걱정이 밀려왔다. 이제 누가 저 입을 열 수 있을까. 재판부가 '범행 자백에 따른 불이익'을 지적하자 석씨가 보인 반응은 아이의 운명이 국민의 염원과 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석씨는 선고 다음날 항소했다. 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했다는 혐의 근거인 출산 사실 자체를 계속 부인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도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외손녀 추적은 진전이 없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지금 구미경찰서와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그 전과 현재의 상황이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검경은 늦기 전에 '그 전과 현재의 상황이 달라질 기회'를 열어야 한다. 이 상태로 상급심이 끝난다면,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서 잊혀질 아이의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다. 그날 석씨의 반응이 석연치 않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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