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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30분 사이 언중법 2차 수정안 뚝딱…국민의힘 "법을 붕어빵 찍어내듯 한다"
국회, 문체위 회의서 언중법 심사…언론학계 "극소수 정치·행정·경제 권력 제외, 권력감시 위축"
2021-08-17 18:05:51 2021-08-17 18:05:51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두 차례 수정안을 내며 법 처리 속도전에 골몰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회의 당일 30분 안에 두번째 수정안을 마련하자 국민의힘은 "법안을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언론학계는 민주당이 낸 두번째 수정안에 대해 극소수의 정치·행정·경제 권력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제외된다며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 위축을 우려했다.
 
민주당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란이 된 언중법에 대한 두번째 수정안을 마련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12일 언론·야당의 우려를 해소한 2차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수정안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또 열람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해당 사실이 있었음을 표시하는 조항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도 언중법 2차 수정안을 깜짝 제시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15일까지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논의가 공전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체회의를 연 지 1시간 만에 30분간 정회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정회한 이 30분 안에 2차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의 2차 수정안은 언론이 법률을 위반했거나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른 경우 등 특정 조건에서 언론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한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 조항이 정치·행정·경제 권력에 의한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직자, 공직후보자, 대기업 임원·주요주주 등은 고위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포털 등에 해당 기사 열람 차단이 청구된 사실을 표시하도록 해 기사에 대한 낙인찍기 우려가 제기된 '열람차단청구 여부 표시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언론의 손해배상액 산정 조항도 기존의 구체적인 수치(언론사 매출액의 10000분의 1에서 최대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를 빼고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한다'고 변경됐다.
 
이에 대해 문체위 간사인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여당 수정안) 내용을 정확히 파악을 못 해 동의할 수 없다"며 "여당에서는 (개정안을) 오래 준비했다고 하지만 막바지에 주요 조항이 급조되는 걸로 봐서 법안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민주당 의원님들이 능력이 출중하신 건지 법을 하루만에 붕어빵 찍어내듯 만든다"며 "관련 전문가, 법학자,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학계도 '졸속입법'을 멈추고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상호 경북대 교수는 "오늘도 새롭게 수정안이 제출될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일인가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민주당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 등은 (손해배상 제기 대상에서) 뺐다고 하는데 이는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치·행정·경제 권력자를 제외했다는 민주당의 설명과 달리 손해배상 제외 대상은 공직자윤리법 제10조1항의 1~2에 명시된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국가정보원의 원장 및 차장 등 국가의 정무직공우뭔,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의원 등 지방차치단체의 정무직공무원만 해당한다.
 
심 교수는 "국내는 공인의 범위를 대단히 좁게 인정한다"며 "차관급이상만 인정한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실력자들은 다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검찰청 검사,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중장 이상의 장성급 장교 등은 언론을 대상으로 최대 5배 이르는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어 언론의 견제·감시 기능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정은령 서울대학교SNU 팩트체크 센터장은 "허위정보를 걸러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을 주범으로 몰면 되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 센터장은 "허위조작에 대한 규제 법은 표현의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 손쉬운 법 마련보다는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며 "언론영역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초헌법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두 차례 수정안을 내며 법 처리 속도전에 골몰한 모양새다. 사진은 이달곤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에 언론사가 들어와 있지 않고 유튜브에 중계가 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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