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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②)방역 고삐 다시 죈 '백신 선진국'…휴가철 '이동 자제' 관건
'변이 확산' 이스라엘·호주 등 고삐죄는 '방역 강화'
한주간 국내 델타 변이 검출률 9.9%…'3배 증가'
원정 유흥·휴가철 이동 증가 우려…"지역 간 이동 자제해야"
2021-07-12 06:01:00 2021-07-12 06:01:00
[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코로나19 델타(δ·인도 변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세로 세계 각국이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는 분위기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방역 조치를 완화했던 '백신 선진국'들도 마스크 다시 쓰기와 거리두기 재도입 등 방역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유럽국가의 여행 자제가 권고되고 백신을 맞지 않은 외국인에 대한 입국 규제도 연장하는 등 세계 각국의 출입문에 빗장이 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도권 4단계’로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이 겹쳐 지역 간 이동 자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5일 연속 1200명~1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신규 확진자 수로 4차 대유행 규모가 점차 커질 수 있어 하루 2000명 돌파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1주간 델타 변이 검출률이 9.9%에 달하는 만큼,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변이 유행 우려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11일 방역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현재 델타 변이는 100여개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델타 변이가 무서운 이유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월등히 높은 전파력 때문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델타 변이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2.5배 높다고 분석했다. 알파형(α·영국 변이)과 베타형(β·남아공 변이)은 각각 1.5배, 감마형(γ·브라질 변이)의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2배 높다고 알려졌다.
 
최근 3만명대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영국은 델타 변이가 지배적 바이러스로 자리 잡는 데 걸린 시간이 한 달에 불과했다.
 
영국의 5월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0∼3000명대였다. 델타 변이 누적 감염 사례는 52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영국 보건당국은 "신규 확진자의 99%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인도, 러시아,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우간다 등 세계 각국 신규 감염자의 90% 이상은 델타 변이다.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한 미국, 독일 등도 수치가 50%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전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은 4월 초 0.1%에서 3개월만인 이달 초 50%를 넘어섰다.
 
11일 방역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현재 델타 변이는 100여개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로 한산한 호주 시드니 쇼핑가.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높은 백신 접종률로 방역 완화에 나선 나라들도 속속 방역 강화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전체 인구 950만명 중 60%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은 최근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 아일랜드 등은 델타 변이가 창궐하고 있는 영국발 입국자의 규제를 강화하고 식당 영업 재개를 연기했다.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평가되던 호주는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최대 도시 시드니 일대를 다시 봉쇄했다. 말레이시아도 이동 제한 조치를 연장했다. 스페인은 야간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의 델타 변이 감염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6월27일~7월3일)간 국내에서 영국, 남아공, 브라질, 인도 등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325명이다. 이 중 델타 변이 검출률은 전국 9.9%로 직전 1주 3.3%보다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4.5%에서 12.7%, 비수도권은 2.0%에서 7.3%로 각각 증가했다.
 
문제는 여름 휴가철을 계기로 수도권의 확산세가 비수도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비수도권 주점 등으로 '원정 유흥'을 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 비수도권의 확산세도 예사롭지 않다. 원정 유흥과 휴가객들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어 수도권 방역 강화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펍을 다녀간 이용자가 부산의 한 감성주점까지 방문하면서 서울, 부산, 대전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10명이 확진됐다. 대구 중구의 한 클럽에서도 다른 지역의 종사자나 이용자가 방문한 뒤 감염이 발생해 대구, 서울, 대전, 경북 등 총 13명이 감염된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도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지역 간 이동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방역 인력이 더욱 열악한 지방권으로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여행지가 많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여행지에 한정해 음주를 금지하거나 인원 제한을 하는 등 방역 관리를 하고 있다"며 "수도권 주민들은 가급적 비수도권으로 이동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부겸 총리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전체 확진자 중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늘 25%에 달했다. 한 박자 빠른 대응으로 확산세를 초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들께서 책임지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주시기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11일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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