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선언 28주년…총수 부재에 한숨
올해도 기념일 조용히…경영 불확실성 증대
입력 : 2021-06-07 15:56:43 수정 : 2021-06-07 15:56:43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고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8주년을 맞은 가운데 삼성은 총수부재로 위기감이 지속되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장기화에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중장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왔다. 당시 이 회장은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유명한 말도 이 때 나왔다. 이 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대전환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후 맞는 첫 신경영 선언 기념일이지만 별다른 공식 행사 없이 조용하게 보낸다. 삼성은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이후부터 대규모 행사 없이 사내 방송으로 신경영 선언을 기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을 받기 시작한 2017년부터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올해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옥중에 수감 상태인 터라 조용히 보내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혐의와 관련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은 신경영 선언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뉴(NEW) 삼성'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또 다시 총수공백 사태를 맞았다. 
 
특히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이 필요하지만 이를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삼성전자 부회장이 총수부재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승승장구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41억8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 감소했다. 2월 미국 한파로 오스틴 공장이 한달 넘게 가동을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태로 삼성은 3000억~4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반면 TSMC는 전분기보다 2% 늘어난 129억200만달러의 매출을 내며 1위에 올랐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분기 18%에서 17%로 축소됐다. TSMC는 54%에서 55%로 확대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총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가운데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4대 그룹 간담회에서 사면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가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도 잘 안다"고 말해 우호적 기류가 조성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6일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중장기 M&A, 투자에는 오너의 최종 결정이 필요하다"며 "전문경영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고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오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최유라

반갑습니다. 산업1부 최유라 기자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