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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70조 넘은 CATL, K-배터리 따돌린 비결은
CATL 올해 1~4월 사용량·점유율 세계 1위…한국 3사 합산보다 높아
중국 정부 지원 힘입어 기술개발·생산능력 확충 집중
테슬라·벤츠·BMW·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 러브콜 한몸에
2021-06-04 06:02:15 2021-06-04 06:02:15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 기업 CATL(닝더스다이)이 전기차 시장을 주무르며 K-배터리 3사를 위협하고 있다. 창업 10년만에 시가총액 170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CATL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뒷배 삼아 이차전지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본토는 물론 유럽 전기차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중국 CATL(닝더스다이) 홈페이지 캡처.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CATL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1.4기가와트시(GWh)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32.5%로 전년 동기 대비 11.8%포인트 상승했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합산 사용량(21.1GWh) 및 점유율(32.0%)보다 높은 수치다. 
 
CATL은 일본 전자부품 기업 TDK 엔지니어 쩡위췬이 지난 2011년 설립한 기업으로, 창업 10년만에 중국 현지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8위에 올라 중국 대표 제조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ATL의 시총은 약 9838억위안(한화 약 171조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 시총(약 649조원)의 약 4분의1 수준이다. 
 
CATL이 단기간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 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제도를 마련해 중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웠다. 한국·일본산 배터리 탑재 차량이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CATL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난 2017년 세계 1위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1위로 등극, 4년 연속 같은 자리를 굳히고 있다. 
 
배터리 제조 기술력도 국내 배터리사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CATL은 지난 2015~2017년 매출의 7~8%를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었다. CATL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의 20%를 차지한다.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 3000여개에 이른다. 기술력 향상에 매진한 결과 CATL은 배터리 공간 활용률을 약 30% 높인 ‘셀투팩(CTP)’ 기술을 개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원료로 하는 삼원계(NCM)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전고체 전지, 나트륨이온 전지 등 차세대 전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CATL은 자동차 기업과의 공급 계약 및 합작을 확대해 나가며 중국 배터리 기업이 저가, 물량 공세로 성장해왔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CATL의 대표적인 고객사에는 테슬라, 벤츠, BMW, 도요타 등이 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국 제조 모델3 모델에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벤츠가 최근 출시한 최고급 전기차 EQS,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에도 CATL 배터리가 들어간다. 독일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3월 각형 배터리 채용 계획을 밝힌 뒤 유력한 파트너로 CATL이 지목됐다. 
 
수주 잔고가 늘면서 실적 상승세도 가파르다. CATL의 지난해 매출액은 503억위안(약 8조7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56억위안(약 9760억원)으로 22.4% 증가했다. 지난해 1~3분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매출이 4% 감소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반영된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92억위안(약 3조3465억원), 순이익 20억위안(약 348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2.2%, 163.4% 늘었다.
 
CATL의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생산라인 확대를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재 CATL은 중국 본토 내 푸젠성, 장쑤성, 칭하이성, 쓰촨성 등 네 곳을 비롯해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 해외 첫 제조공장을 설립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생산량 확대를 위해 1000억 위안(한화 약 17조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CATL의 배터리 생산력은 100GWh다. SNE리서치는 오는 2030년 기준 중국CATL의 생산능력이 990GWh로 확대되며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815GWh)보다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 지원으로 탄생한 배터리 회사가 200개가 넘게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0분의 1도 채 안된다"면서 "중국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인만큼 CATL 매출이 당장은 대부분 중국 내수에서 나온다고 해도 유럽을 포함해 점차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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