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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정부 주도 상생협의체, 갈등 초기에 만들어졌다면
2021-06-03 06:00:00 2021-06-03 06:00:00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저작권 상생협의체'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열었다. 음원 사용료를 놓고 장기화된 OTT업계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다. 협의체는 지난 4월 황희 문체부 신임 장관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OTT업계와 음저협 간의 음악 저작물 징수 규정 개정안을 놓고 충돌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대화할 창구조차 없는 상태에서 개정안이 처리됐다. 개정안 통과 직전 열린 토론회에서도 문체부와 음저협은 "징수 규정을 어떻게 만들지 이미 결정했다"며 현장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 OTT 업계가 문체부를 향한 행정소송을 불사한 이유도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못 해봤다는 아쉬움과 갑갑함 때문이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문체부·OTT·음저협 간 직접 소통 채널 역할을 할 협의회의 탄생은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것은 이런 '대화의 장'이 갈등 초기에 생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그랬다면 장기간 이어진 갈등으로 음원 업계나 OTT 업계 모두 사업 불확실성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고, 행정소송에 이르는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제가 유료방송 업계에서도 벌어졌다. 인터넷TV(IPTV) 업계와 CJ ENM 간의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다. OTT 등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성장으로 유료방송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 조정이 어려워지자 갈등이 결국 외부까지 터져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유료방송업계 현안 간담회'를 열고 상생협의체를 가동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발표했다.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며 "가급적 여론전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입장문 발표와 공식 석상 발언 등으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에서 중재나 일부 가이드라인을 주는 형태로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의 말대로 정부는 민간의 갈등이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OTT 업계와 음저협 간의 갈등도, IPTV와 CJ ENM간의 갈등도 정부가 한 박자 빠르게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국민들이 OTT 서비스나 IPTV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협의체에서 OTT와 음악업계, IPTV 업계와 콘텐츠 사업자가 만나 다 함께 상생할 방안을 찾길 바랄 뿐이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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