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낡은 전깃줄은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
입력 : 2021-06-02 06:00:00 수정 : 2021-06-02 06:00:00
이동통신 3사가 당황한 모양이다.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CJ ENM으로부터 공급대가를 25% 올려달라는 청구서를 받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듯하다.
 
이들은 당연히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협회 명의의 성명서까지 내놨다. CJ ENM이 콘텐츠 공급 대가를 비정상적 수준으로 올리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CJ ENM도 가만있지 않았다. 다른 플랫폼이 납부하는 콘텐츠 사용료와 비교해 IPTV가 지나치게 낮은 비용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를 인용해 "국내의 음원, 웹툰, 극장 플랫폼이 콘텐츠 이용료 중 50~70%가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되는 데 비해  IPTV 매출의 16.7%만이 프로그램제작사에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IPTV 콘텐츠를 너무 싼값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IPTV 공급망을 위한 투자를 제법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공급망도 쓸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것은 그저 낡은 전깃줄에 불과하다. 더 이상의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 공급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절대적이다.
 
알파요 오메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창작자 혹은 공급자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재생산되고 IPTV 공급망도 살아난다. 그것이 함께 상생하고 발전하는 길이다.
 
사실 오늘날 한국이 자랑하는 '한류'라는 것도 결국은 콘텐츠의 힘이다. 드라마나 영화나 팝이나 모두 양질의 콘텐츠를 창작하려는 콘텐츠 공급자들의 노고가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가의 프로그램 사용료는 방송사의 콘텐츠 투자를 위축할 것"이라는 CJ ENM의 지적은 정당하다고 여겨진다.
 
CJ ENM 또한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는지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이 기회에 스스로 창작자들을 올바르게 대우해줬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IPTV업체들의 경우 콘텐츠 창작자나 한류 등의 발전을 위해 희생할 필요는 물론 없다. 다만 콘텐츠에 삶을 바친 창작자들에게는 정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지나치게 대우할 필요도 없다. 다만 너무 인색하지만 않으면 된다. 너무 인색하면 양질의 콘텐츠는 다른 출구를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IPTV는 TV홈쇼핑 사업자 등과도 콘텐츠 이용 대가나 송출 수수료 문제 등으로 논란을 겪는 모앙이다. 시장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런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럴수록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IPTV의 존재가치를 더 높이는 길일 것이다.
 
이제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7일 유관협회 및 사업자 대표가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체에서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와 콘텐츠 사용료 대가 기준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이렇게 정부까지 나선 것은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의 말처럼 업계 어려움이 커지면서 자율적 조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시장에서도 특정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고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콘텐츠 시장은 모든 당사자가 다 함께 성장해야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로 협의에 임하고 서로에게 유익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기업과 기업, 업계와 업계의 다툼 즉 B2B 다툼에는 제3자가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다. 당사자들끼리의 흥정과 교섭에 의해 결정되도록 지켜보고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도 그런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를테면 LG와 SK의 바테리분쟁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순전히 B2B 다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통신3사와 CJENM의 다툼은 단순한 B2B 다툼이 아니다. 홈쇼핑수수료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콘텐츠 공급을 둘러싼 큰 생태계와 직결된다. 특히 홈쇼핑 소비자나 상품공급자, 그리고 콘텐츠 이용자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가 있다. 따라서 협의체 구성여부와 상관없이 상생의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그것은 콘텐츠 창작자의 노력을 존중하고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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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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