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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순간 선택으로 엇갈린 두 금감원 직원의 운명
2021-05-20 06:00:00 2021-05-20 06:00:00
'옵티머스 사태' 관련 법적 공방이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뒷돈을 준 이와 받은 이에 대한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옵티머스 로비스트 3인방’이라 불렸던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3~4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의 구형 보다 1년씩 낮아진 형량이다.
 
그 배경엔 한 금융감독원 직원의 청탁 거절이 있었다. 옵티머스 로비스트 3인방은 지난해 5월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금감원 직원을 만났다. 그러나 이 직원은 로비스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부정청탁은 이뤄지지 않았고, 옵티머스 로비스트들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배경이다.
 
내달 초에는 또 다른 금감원 직원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그는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에게 금융권 인사를 소개해 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는 등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사람의 운명을 법정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 금감원 직원들은 애초에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이들 모두 금감원에 처음 몸담던 시절의 각오는 ‘금융시장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옵티머스에서 뒷돈을 받은 금감원 직원이 부패의 길에 들어선 것은 사업을 잘 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으리라. 백번 이해할 때 적어도 그 시작은 단순히 금품을 받기 위함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청탁을 한번 들어주고 나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부정부패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청탁 수락이 이뤄지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힌 인맥이 된다.
 
처음엔 차 한 잔, 다음은 식사자리, 그 다음 술자리, 골프 등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청탁 거래가 당연해지고, 서로 간의 대가를 원하게 되면서 금품이 오가는 것이다. 해충을 잡는 거미는 어느새 거미줄에 스스로 목을 옥죄게 된다.
 
부정부패의 시작은 이처럼 별것 아닌 관계에서 시작해 전염병처럼 퍼진다. 첫 발에 빼야 하는 이유다.
 
청렴의 길을 가느냐, 부패의 길로 빠지느냐는 한 순간의 선택이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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