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손배 패소 사건' 국제재판소 제소 가능할까
분쟁당사자국 합의 있어야 재판…법조계 "한국에서 인권에 충실한 판결 내리는 것이 우선"
입력 : 2021-04-21 18:05:37 수정 : 2021-04-21 18:18:19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연합(UN) 산하 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은 21일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월8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과거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당시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과거 ‘페리니 판결’을 인용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페리니 판결’은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2차대전 강제노역 피해자 측 손을 들어준 판례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이날 판결에도 이탈리아 ‘페리니 판결’을 인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국가관습법인 국가면제 적용 여부를 내세우며 이탈리아 ‘페리니 판례’를 인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선 이탈리아 대법원과 달리 ‘국가면제’에 따른 독일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만약 위안부 할머니들이 ICJ에 제소해 2012년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해준 ICJ 판례를 뒤집고 승소를 받아낸다면 이는 전 세계 ‘국가면제 예외 적용’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ICJ에서 일부라도 패소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진 ICJ 제소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은 ICJ 소송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ICJ는 유엔 헌장을 근거로 1945년 설립된 유엔 산하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재판소다. 국가들 간의 분쟁을 무력 대신 법으로 해결한다는 목표 하에 국적이 다른 15명의 재판관이 판결을 내린다.
 
국적이 다른 판사 15명 중 9명 이상이 출석해 과반수로 판결을 하는데 가부동수일 경우에만 재판장이 판결을 내린다. 특히 15명으로 구성되는 ICJ 재판관 중 1명은 일본인(이와사와 유지)이다. 한국인 재판관은 없다.
 
또 ICJ 제소는 한국 정부가 원한다고 진행되지 않는다. 분쟁 당사국 간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관련 ICJ 제소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법조계에서도 ICJ 제소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사법재판은 국가 대 국가 소송 차원이라 여러 가지 법률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ICJ 제소 이전에 한국 법정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인권법에 충실한 판결을 먼저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왼쪽 두번째) 할머니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스가 총리 서한 전달과 활동보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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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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