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성윤 지검장의 '이성윤 리스크'
입력 : 2021-03-29 02:00:00 수정 : 2021-03-29 02:00:00
새 검찰총장이 곧 임명될 예정이다. 추천과 제청, 인사청문회 일정까지 고려하면 4월말이나 5월 초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유력한 후보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친정부 인사들 중 에는 이 지검장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최 측근으로, 검찰 조직 내부로부터 갖은 비판과 고초를 겪으면서 검찰개혁을 완성시킨 인물로 추앙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언론에서도 성향을 불문하고 이 지검장을 44대 검찰총장으로 지목해왔다. 물론, 전망의 근거는 각각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기류가 바뀌고 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 국민천거' 절차를 마감한 지난 22일 전후로 기류의 전환은 선명해지고 있다. '올드보이'라고 하는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후보군으로 약진하면서다. 
 
이들 중 이 지검장 못지 않게 이 정부의 검찰개혁에 기여했다고 하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급부상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윤 총장 사퇴 직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후임 총장은 검찰 외부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가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피의자인 이 지검장의 대안으로 김 전 차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 역시 이 정부 검찰총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감사위원, 공정거래위원장 등 검찰 외 정부 사정기관 주변에서도 그의 이름이 끊임 없이 맴돌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던 시절, 김 전 차관을 43대 검찰총장 후보로 강력히 주장했다는 설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 지검장으로서는 안타까울 일이다. 그러나 자승자박. 그가 새 총장 후보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이에서의 처신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방력부장시절인 2019년 6월 수원지검이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김학의 불법 출금 혐의' 등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공수처가 출범하자 이 지검장은 검찰 수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수사받겠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이 사건은 공수처법 25조2항에 따라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공수처에서 수사할 지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한다. 이 지검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같은 법 23조3항은 '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정했다.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은 실제로 지난 12일 이 사건을 재이첩했다.
 
그가 이 사건으로 김 처장 등을 공수처에서 만난 것은 다시봐도 부적절하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를 만났다는 것은 조사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은 '변호인이 의견서를 통해 면담을 신청한 것'이라며 본인과는 선을 긋고 있다. 
 
그의 말대로 본인과 관계 없이 변호인의 의지로 변호인이 한 일이라면, 이 지검장은 전후 관계를 따져 변호인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옳다. 이 일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수사관할도 포함된다. 그러나 공직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선택하겠다고 여론전을 펴는 것은 '공직자적 감수성'이 결여된 행위다. 적어도 현행법에 따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검찰총장 후보자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잔여 임기 1년을 맡겨야 할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이 '이성윤 리스크'를 부담으로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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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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