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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카드 미국사무소 철수…국내서 동향파악키로
"동남아 시장 진출 검토 중"
2021-03-15 06:00:00 2021-03-15 10:40:28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삼성카드가 20여년 만에 미국 사무소를 철수했다. 미국 법인은 삼성카드의 유일한 해외 법인이었다. 
 
삼성카드가 지난해 미국 사무소를 철수했다.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미국 사무소를 폐쇄했다. 미국 법인은 지난 2002년 설립됐다. 첫 진출 당시 업계 큰 주목을 받았다. 타 카드사들이 대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위주로 진출 전략을 펴는 것과 달리 미주 지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미국 법인을 설립한 것은 디지털 사업을 위해서였다. 핀테크 시장이 움트던 당시 디지털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뉴욕에 사무소를 차렸다. 실제 현지 해외인력을 영업하고 디지털 동향을 파악하는 데 사무소를 활용했다.
 
2016년에는 디지털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이전했다. 선진 금융기술 흡수하는 데 주요 첨단기술 업체가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가 사업지로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 프로그램 '캐치 더 웨이브'도 전개했다. 핀테크, O2O 분야 등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선발해 현지에서 사업화 연구·개발 등을 추진했다.
 
그러다 지난해 돌연 미국 법인을 폐쇄한 것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 커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디지털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투입 비용 대비 성과가 저조하자 폐쇄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 사무소가 폐쇄되면서 이 역할을 대체하는 담당 부서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점 역시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페이'에 의존도가 커진 것도 철수를 서두르게 한 이유로 꼽힌다. 플랫폼 전략이 자사앱보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삼성카드의 보폭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지문인증카드' 도입을 위해 협업하는 구조를 봐도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을 담당해 주도하는 반면 삼성카드는 기술을 국내 시장에 도입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 핀테크 업체 '소파이'와 손잡고 미국 내에서 삼성페이와 연동되는 직불카드를 선보이는 영향력을 계속 확대 중이다. 이외에 대주주 리스크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심사가 보류되는 등 삼성카드 자체앱에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페이와 삼성앱카드의 이용자수 격차 역시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크로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간편결제·순이용자수를 집계한 결과 삼성페이는 1371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카드 자체앱은 상위 10위권 순위 내에 들지 못했다.
 
다만 삼성카드 측은 국내에서도 업계 동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남아 신남방 국가 위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정보 수집이나 동향 파악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미국 사무소를 철수했다"며 "동남아쪽 성장성이 높은 시장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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