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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포니 헤리티지, '산업의 쌀' 부활하나
2021-03-03 06:00:00 2021-03-03 06:00:00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1980년 5월, 극 중 김만섭 역할의 택시운전사 송강호가 외국손님을 태우기 위해 움켜쥔 핸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양산 승용차 ‘브리사’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일본 마쯔다 파밀리아를 기본으로 1974년 처음 생산했다.
 
현대자동차의 초창기 모델인 포니는 이듬해 등장했다. 폭스바겐 골프 디자이너였던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uigiaro)의 작품인 포니의 인기는 만만치 않았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더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독자적 개량 모델을 위한 기술력을 앞다퉜다.
 
당시 기념비적 모델들의 야성을 잠재운 건 시장경쟁에서 도태된 탓이 아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산업합리화 조치 영향이 가장 컸다. 당시 산업합리화 조치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질적 퀼리티가 한 단계 숙성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췄을지 모른다.
 
이유가 어떻든 자동차 불모지였던 한국이 뒤늦게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골프 황제 타이어 우즈의 사고 후 희(?)소식은 세계적 명차의 아성까지 깨고 있다. 그 만큼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상품군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분야다. 넓은 의미에서는 국가기간 산업의 토대인 ‘산업의 쌀’로 불린다.
 
수출이 넉달 연속 증가한데는 주력수출품목인 국산 자동차의 질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47.0% 증가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수출이 102.5% 늘어나는 등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 중 자동차 분야는 가장 큰 시장으로 통한다. 즉, 10대 제조업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자동차 산업이다. 더욱이 부산·울산·경남은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제조업 1위 지역으로 통할 만큼, 지역경제까지 좌지우지할 명운이 걸려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지난 2019년 4분기부터 감소세를 이어온 제조업 일자리 중 자동차 분야는 지난해 3분기 1만4000개 줄었다.
 
더욱이 수직 계열화된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구조상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전기차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로서도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충격을 덜기 위해 부산형 일자리 등 전기차 생산 전진 기지에 주력하는 이유다.
 
‘포니’와 ‘브리사’의 찬란했던 진검승부는 맛보지 못한 채, 어느덧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전기차 시대의 글로벌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역사가 깊은 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전기차에 주력하면서 역사와 유산이 깃든 헤리티지를 저마다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니의 헤리티지로 ‘산업 쌀’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자동차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추억을 보낸 산물이다.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드로리안 12'가 좋아던 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지키고 싶은 일자리이자, 생존을 위한 삶과 같다. ‘아이오닉5’의 출발이 자동차 산업의 수많은 일자리와 국가의 명운을 결정 짖을 수 있을지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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