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오아시스’에 가려진 ’브릿팝’ 기원을 찾아서
“정치, 예술, 언론, 음악계가 주도적으로 일으킨 문화 운동”
브릿팝|권범준 지음|안나푸르나 펴냄
입력 : 2021-02-18 18:45:52 수정 : 2021-02-18 19:12:1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라스(THE LA’S)라는 밴드가 브릿팝 신 최초의 등불이었음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미경을 들고 영국 대중음악사를 거스르다 보면, 이들이 남긴 업적은 생각보다 거대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더스미스(The Smiths)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찰랑거리는 기타의 멜로디는 훗날 브릿팝이란 조류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된다.
 
비틀즈 외 다른 밴드에 박한 평가를 내리기로 유명한 노엘 갤러거도 라스가 시작했던 것을 끝내는 게 나의 목적이었다고 오아시스 활동 당시 밝힌 바 있을 정도다.
 
승자들의 자취만 남는 역사의 특수성에 가려진 게 비단 라스 뿐 만은 아니다. 기타 사운드에 가스펠과 덥을 뒤섞는 실험으로 브릿팝 청사진을 제시한 프라이멀스크림이나, 런던의 멋진 취향(음악, 패션, 축구)을 우아한 신스팝 사운드에 녹여낸 세인트 에티엔, 민족주의적 기치를 내세우며 미국의 그런지 문화와 선을 그은 데님….
 
월간 핫뮤직을 거쳐 재즈피플’, ‘파라노이드등의 필자로 활동하는 권범준씨는 저서 브릿팝(안나푸르나 출판)’에서 이처럼 숨겨진 음악가들부터 당대 음악 외의 문화예술계, 사회정치 상황까지 자세히 훑어가며 브릿팝의 기원을 추적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브릿팝은 결코 오아시스와 블러 만으로 통칭할 음악 사조가 아님을...
 
밴드 오아시스 출신의 노엘 갤러거. 사진/뉴시스
 
저자에 따르면 브릿팝의 부상은 단순히 음악적인 배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90년대 정치, 예술, 언론, 팝 음악계가 주도적으로 일으킨 문화 운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저자는 영국 예술계의 변화, 보수당의 몰락과 노동당의 부상, 미국 그런지 음악의 유행, 당대 영국 기타 음악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1980년대 대처리즘(마가렛 대처의 강압적 정책을 일컫는 말)에 신물 난 노동 계층의 변화 갈망 끝에 피어난 음악. 너바나를 필두로 우울한 자기 성찰을 읊조리던 미국 문화에 대한 반작용이자 밝은 긍정의 음악. 토니 블레어를 주축으로 전개된 쿨 브리타이나운동을 거론하며 저자는 영국의 국가주의적 운동과도 닿아있는 문화라고 정의한다.
 
70페이지에 달하는 도입부는 에스프레소와 같다. 짧은 시간 안에 브릿팝 이해에 필요한 액기스만을 우려냈다. 비틀즈, 킹크스, 스미스 같은 기타 록의 고전을 80년대 펑크록과 뉴웨이브에 투과, 세련된 팝 음악으로 이끈 브릿팝 일련의 흐름을 한 눈에 독파할 수 있다.
 
브릿아트 운동을 주도했던 영브리티시아티스트(YBA)’와 브릿팝 밴드들의 연결고리대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데미안 허스트, 뱅크시가 블러와 작업한 일화 등을 저자는 브릿팝이 단지 음악 장르가 아닌, 영국을 대변하는 문화 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정의 아래 소개한다. 따라서 록 장르가 주를 이루나, 결국은 브릿팝으로 후대에 알려졌다고도 얘기한다.
 
 
 
책 두께의 대부분을 이루는 중간 챕터는 디스크 가이드. 라스 같은 브릿팝 태동기의 팀부터 스웨이드, 블러, 오아시스, 펄프로 이어지는 일련의 브릿팝 계보를 앨범별 족집게 식으로 펼쳐준다. 해당 앨범을 돌려가며 읽어보면 이해하기 좋다. 흐름은 브릿팝의 영향이 진한 현대 음악가들, 국내에선 이른바 포스트브릿팝으로 불리는 콜드플레이, 뮤즈 그리고 캐미컬브라더스 같은 전자밴드까지 이어진다.
 
음악 전문가답게 각 뮤지션의 음악이 지닌 의미를 풀어주는 대목들도 재미있다. 오아시스에 대해서는 유쾌한 멜로디와 보편적 문제를 다루는 가사에서 근사한 것을 자주 발견한다고 적었다. 블러에 대해서는 한숨이 나올 만큼 저평가된 밴드라며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음악을 각별하게 품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한다.
 
특별하기보단 일반적이며 세련된 멋을 추구했던 브릿팝 세대의 모즈 패션’, 직설적인 입담 뒤 숨은 영국식 조크와 풍자, 해학. 책은 브릿팝을 에워싸고 있는 문화 현상도 함께 살핌으로써, 음악적 맛을 보다 진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음악 책임은 분명하나 단순한 음악책은 아니다.
 
책 속의 밑줄 긋기: “1960년대나 1970년대에는 모든 팝스타들이 크고 하얀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니며 마법사 옷 같은 큰 망토를 입고 돌아다니곤 했다. 그것은 정말 바보 같았지?”(그레이엄 콕슨) “비틀즈만큼 위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것은 취미 생활일 뿐이다.”(노엘 갤러거)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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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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