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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ESG개념 통일돼야"…국제회의서 기후금융 설파
지난달 아태지역 회의 참석…자체 개발한 스트레스테스트 모형 소개
2021-01-19 06:00:00 2021-01-19 0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동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감독기관장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EMEAP)에 참석해 금감원이 자체 개발한 기후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소개하고, 기후금융 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주문했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달 초 EMEAP에 참석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 공시 기준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친환경 등의 개념들이 국제적으로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ESG에 대한 기업의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에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사는 ESG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화된다. 다만 ESG 개념이 모호하고 어떤 점을 공시해야 하는지 구체성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건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개념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 원장이 EMEAP에서 '개념 통일'을 강조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이날 윤 원장은 금감원이 아태지역에서 선도하고 있는 기후리스크 스트레스테스트 모형도 소개했다. 우선 금감원은 개발한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통해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글로벌 기조에 따라 정부 규제가 얼마나 강화되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정부 규제로 기업의 리스크가 얼마나 증가하고, 어떻게 금융 리스크로 전이되는지, 향후 금융사들은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본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상태다.
 
금감원이 우려하는 대목은 '넷제로'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이행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배출 관련 기업들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인프라를 모두 없애거나 친환경 설비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설비교체 비용과 폐기 비용이 과다 발생하는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비용뿐 아니라 매출 자체가 줄어들 위험도 있다. 가령 석탄발전 의존도가 50%인 기업은 정부 정책을 제때 대응하지 못할 시 50% 매출이 증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이러한 비용증가와 매출감소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2050년이 돼서야 한꺼번에 탄소배출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다면 '절벽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몰려오는 비용과 매출감소를 못견뎌 부도가 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리스크는 국내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용증가와 매출감소로 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국내총생산(GDP)도 감소하게 된다. 포스코·삼성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생산량이 감소할 수록 GDP는 가파르게 급락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한다 하더라도 결국 비용이 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 규제에 따른 기업 건전성 악화는 기업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여신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비용과 매출감소가 맞물려 기업부도가 일어나면, 은행에 부실이 전이되고 이는 예금자의 불안을 가중시켜 '뱅크런'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탄소배출 기업의 여신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반대로 저탄소기업의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부터 기업이 받는 리스크를 가산해 자본규제나 충당금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아이디어로 나오고 있다"며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리스크도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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