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구본걸 LF 회장이 본인 및 친족 회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LF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가 LF 승계 작업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 회장 자녀로의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다. 다만, 코로나19로 LF 실적이 급락하고,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는 시기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위기를 승계 작업 기회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여려워 보인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시작된 LF네트웍스의 LF 주식 매입이 12월 18일까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LF네트웍스가 보유한 LF 지분은 4.31%(126만주)다. LF네트웍스는 2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LF의 4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현재 구 회장이 19.11%, 구 회장 동생인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과 구본진 전 LF 부회장이 각각 8.55%, 5.84%의 LF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태인수산도 지난해 4월 6일부터 LF 주식을 매입해 현재 0.53%(15만4천주)를 보유하고 있다.
LF네트웍스는 현재 구 회장과 그 일가족이 지분 73.3%를 보유한 특수 관계사다. 아울러 태인수산은 구 회장이 지분 100% 보유한 개인 회사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개인 및 친족 회사를 통해 LF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중 구 회장 자녀로의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F네트웍스와 태인수산이 구 회장 자녀들에 대한 승계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 회장의 자녀인 구수연씨와 구경모씨는 LF 주식을 각각 0.25%, 0.13%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태인수산과 LF네트웍스를 통해 LF 지분을 늘리고, 본인이 소유한 태인수산(100%)과 LF네트웍스(15.6%)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LF 지분을 직접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구 회장 자녀들은 LF네트웍스 주식을 각각 6.4%, 6.7%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 주식을 증여 받으면 LF에 대한 지배율이 높아진다. 현재 태인수산보다 자금 여력이 나은 LF네트웍스를 통해 지분 매입이 높게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향후 태인수산과 LF네트웍스의 합병을 통해 지배 회사를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LF 실적이 하락하고, 주가가 바닥을 찍고 있을 때 진행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주식을 매입하며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LF는 지난 2006년 LG상사로부터 분할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주당 2만원에 재상장 됐다. 이후 2만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던 주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8860원까지 급락했고, 최근에는 1만5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평가하지만, 구 회장이 개인 및 친족 회사 돈으로 LF 지분을 매입한 경우는 ‘책임경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본인 사비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책임 경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가 하락에 따른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그럼 굳이 개인 및 친족 회사를 통해 매입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LF의 다른 계열사 등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LF는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3분기 기준 매출 1조13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조3085억원)보다 12.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4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00억원)보다 25.9% 급락했다. 계열사 실적을 뺀 패션 사업 중심의 LF 자체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매출은 22.5%, 영업이익은 72.8% 급락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경영권 승계보다 실적 상승에 더 집중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LF 본사 로비.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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