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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제재…중국 "단호 조치"
2020-12-08 10:59:55 2020-12-08 10:59:55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최고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야당의원 자격박탈의 근거를 마련한 것에 일종의 보복을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약 6주 남겨두고 연일 대중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도 반격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7일(현지시간) 왕천과 차오젠밍, 천주, 우웨이화 등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직계 가족을 포함한 제재 당사자는 미국 방문이 금지된다. 또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과 거래도 할 수 없다.  
 
지난 5월8일 중국 국가를 모욕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논의하던 홍콩 입법회 위원회 회의 도중 친민주파 의원들과 친중파 의원 및 경비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이 1일 지난 5월 입법회에서 친민주파와 친중파 의원들 간 대립 중 경비원들과 난투극을 벌인 혐의로 친민주파 정치인 7명을 체포했다. 사진/뉴시스
 
중국 고위급 인사에 대한 제재는 홍콩 야당 의원이 자격박탈 조치를 당한 것에 대한 일종의 미국의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달 11일 홍콩의 국회인 입법회 의원 자격요건을 결정하면서 홍콩 독립을 주장하거나 외국 세력과 결탁해 홍콩정부 업무에 개입하고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정부가 의원직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야당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고, 이에 반발한 나머지 야당 의원 15명 전원은 사직서를 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대표자를 선택할 홍콩 주민의 능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면서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에 따른 국제적 약속을 완전히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선출된 권력을 중국과 홍콩 정부 입맛에 맞는 거수기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관련 미국의 제재가 내정 간섭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 의원 자격 박탈 조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보완하고 홍콩의 법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중국 고위급 인사 제재가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은 단호한 조치로 국가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월 20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일 대중국 강경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즉각적으로 없애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국 강경 행보를 시사한 바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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