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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의 사각지대 "군 간부들이 위험하다"
조직·신분적 특수성으로 '관심 간부' 방치
계급이 죄..폭행·갈취까지 당해도 출구 없어
2014-09-03 08:47:56 2014-09-03 08:52:29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011년 11월 강원 삼척에서 근무 중이던 김 모 하사가 점심시간 중대 휴게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헌병대 조사 결과 김 하사는 전날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그는 '병사는 부조리가 있어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전파하는데 왜 간부장교는 없는지 궁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2007년 8월 경기 고양에서 근무하던 김 모 중위가 숙소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소대장 시절 업무 미숙을 이유로 중대장으로부터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까지 당했다. 자신의 소대원들 앞에서 당한 모욕이었다. 인사장교로 보직을 바꿨지만 격무에 시달렸다. 김 중위가 남긴 수첩에는 '오죽하면 관심장교라고 놀림받을까…정말 바보 이등병 같은 내가 있다니'라고 적혀 있었다.
 
최근 잇따른 군 폭력 사건으로 병사들의 인권 유린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군 간부들 간의 인권침해 사례가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판결문을 통해 살펴본 군 간부간 폭력과 모욕, 그에 따른 자살사고는 '직업군인'이라는 신분적 특수성으로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진급과 장기복무 여부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병사간 발생한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은폐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군 간부간 폭력 사건은 시작은 소소하지만 과정은 악날하고 끝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의 김 하사 사망사건만 해도 작은 농담에서 시작됐다. 김 하사는 선임 부사관에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농담을 했다가 동료 부사관들과 함께 숙소 옥상에 집합돼 폭행을 당했다.
 
군 간부의 폭력이나 복무부적응 등에 의한 자살 사고는 "간부가…"라는 인식하에 피해자들의 불안한 심리적 특성이 방치 내지는 무시되고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김 하사 역시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쉽게 상처받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부대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되면 '그린캠프' 등에 입소해 교육을 받으며 군대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간부를 위한 그린캠프는 없다. '관심 부사관', '관심 장교'로 분류되는 순간 지휘체계가 무너지는 군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경기 파주에서 하사관으로 복무하다 의병 전역한 최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최씨는 계급만 하사일 뿐 부대에서 철저히 '왕따'를 당했다.
 
주임원사는 최씨가 2004년 전입됐을 때부터 그를 가리켜 "100일된 병사만도 못하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병사들조차 "병장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 최씨의 군생활을 증언했다.
 
우울증 등에 시달린 최씨는 그러나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한 선임 부사관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그로부터 월급 수십만원을 뜯어갔다. 최씨는 결국 정신장애 진단을 받고 2005년 전역했다.
 
2009년 전역한 예비역 중위 김모씨는 "부대관리는 병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부적응 장교나 부사관에게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대장이 면담하는 식으로 관리할 뿐,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조직의 간부라는 신분에 부여되는 책임감은 자칫 강요와 강압을 견뎌야 한다는 멍에로도 작용하고 있다.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장교나 부사관은 폭행과 폭언을 그들이 후배를 훈육하는 방법이라고 보는 듯하다"며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부적응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대 간부들 간에 발생하는 구타나 가혹행위는 병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도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직업으로서 군대를 선택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더 적다는 분석이다. 
 
고등군사법원 판사 출신의 장종현 변호사는 "간부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병사들보다 훨씬 몸을 사린다"며 "간부들 간 폭행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지만 일부 부대의 문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김승환 간사는 "군인이 국방을 위한 도구가 아닌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인식 변환이 필요하다"며 "법제정을 통해서 사병뿐 아니라 군 간부와 군무원의 인권침해를 적극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소속 단체들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 사법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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