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최 일병은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싶었다. 그러나 군대에서는 밥을 적게 먹는 것도 잘못이었다. 밥을 조금 먹은 대신 욕을 많이 먹어야 했다. '짬밥'을 먹을 만큼 먹어도 적응하기 힘든 곳이 군대였다. 그는 휴가를 나간 2013년 10월 아파트 12층에서 투신했다. 제대를 앞둔 병장 신분이었다. 이 일로 최 병장이 일병 시절 억지로 밥을 먹인 선임병 2명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았다. 이미 전역한 터에 민간인 신분이었다.
군대에서 선임병에게 '맞아 죽은' 윤 일병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분명한 점은, 전역한다고 군대에서 범한 죄가 덥히는 게 아니다. 때리지 않으면 죄가 아니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5일 법원 판결문을 통해 예비역 병장들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짚어봤다.
일단 앞서 최 병장 사건처럼, 사람에게 음식물 섭취를 강제하는 것은 범죄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A씨와 B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게 군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6월~1년과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군인은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해도, 필요한 만큼 음식을 먹거나 먹지 않을 자유까지 제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후임의 돈을 빌려 돌려주지 않아도 처벌받는다. TMO병으로 근무한 C씨는 지난해 2월 후임에게 겁을 줘 돈을 빼앗았다. 두 달 간 가져간 돈이 36만원이었다. 후임의 한 달 월급 10만5800원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C씨는 공갈과 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와 함께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군에서는 예사로 오가는 폭언도 엄연한 범죄행위다. D씨는 2011년 위로휴가를 갔다가 다쳐서 돌아온 후임에게 "꺼져 버려"라고 한 혐의(모욕)로 기소됐다. 법원은 B씨에게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D씨가 범행이 정당하다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뒤늦게 기소가 이뤄져도 모두 처벌받는 건 아니다. 군대에서 선임병 기수 등을 외우도록 하는 암기사항 강요 등을 '악습'으로 볼 수는 있으나, 형사처벌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E씨는 군대에 있던 2012년 8월 '일일식단표를 외우라'며 후임병을 괴롭힌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후임병들이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시 수사가 이뤄졌다면 달라질 수도 있는 사건이다. 전역한 민간인에게 군대에서 저지른 죄를 묻는 게 쉽지는 않다. 후임병의 고소장이 거의 유일한 단서다. 함께 근무한 동료의 진술을 확보하면 좋지만, 기억에 의존한 진술이 언제나 정확하지는 않다.
법조계 인사들은 제때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진단한다. 1990년대 군 검찰관으로 근무한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당시는 병사들에게 전과를 남기는 것을 꺼려 관대한 처분을 많이 했다"며 "아직도 군대 폭력사건이 근절되지 않은 걸 보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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