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법원, 직권남용 기준 명확히 세워라
2020-05-04 06:00:00 2020-05-04 06:00:00
왕해나 사회부 기자
직권남용이 다시 한 번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달 24일 '버닝썬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가수 승리 측과 유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총장' 윤모총경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법원은 특히 승리 측근의 단속 관련 정보를 알아봐준 그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여론은 뜨거웠다. 일부 누리꾼들은 윤 총경이 과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찍은 사진을 근거로 들며 여당이 4.15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여당과 관련된 인사들에 유리한 판결이 나고 있다고 법원을 비판했다. 애초부터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직권남용 성립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고위공직자들이 권한을 남용하고 직무상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부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모두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 대해 대법원이 직권남용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하급심에 계류돼 있던 관련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이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의무에 없는 일을 했을 때 그 의무가 원래 의무에 없었던 일인지 구체적 법령에 따라 따져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보면 윤 총경과 공범인 강남경찰서 팀장 A씨가 부하 직원에게 사건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할 수 있다. 되레 조사를 못하게 했다거나 봐주라는 지시를 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직권남용죄 적용이 '남용'돼 선 안 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등 굵직한 직권남용죄 관련 사건에서 혹여 피고인들의 혐의가 축소 해석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사건의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윤 총경과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무죄 판결에서 국민들은 법원의 법리적인 판단과 법 감정 사이의 괴리감을 크게 느꼈다. 과연 이들이 가진 직권은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남용인가. 향후 직권남용죄 재판에서 법원이 해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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