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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봐달라던 YG…"블랙핑크 MV 간호사장면 삭제"
태움 갑질·성폭력 위험 상시 노출된 간호사들
보건의료노조 "대중문화 왜곡된 이미지, 전문직업군 명예 실추"
2020-10-07 16:04:41 2020-10-07 16:04:41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YG 엔터테인먼트가 걸그룹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속에 연출된 '간호사 장면'을 모두 삭제했다.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봐달라며 간호사 '성적대상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한지 불과 하루만이다. 보건의료 전문 종사자임에도 태움(집단 괴롭힘)에 이어 시선강간까지 직업군으로써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세태에 대중문화가 왜곡된 이미지를 양산해 간호사들의 '명예'까지 실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핑크 소속사 YG 측은 7일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였고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영상을 교체할 예정”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묘사된 간호사 이미지는 헤어 캡과 짧은 치마, 하이힐 등을 착용하는 등 실제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앞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는 “헤어 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실제와 동떨어진 간호사 복장은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며 블랙핑크 신곡 영상 속 제니의 모습을 비판했다. 이에 YG는 전날 공식입장을 통해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성적대상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들끓는 간호사들의 분노에 하루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면서 "대중문화가 왜곡된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성폭력에 노출된 간호사의 상황이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 자료/뉴시스
 
국민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간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과중한 업무부담에 비해 낮은 처우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7.2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호사 수 부족은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태움', '임신순번제'와 같은 후진적 직업 문화를 낳게된다.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공개 후 온라인 상에서는 #간호사는직업이다 #간호사의성적 대상화를 멈춰라,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등의 해시태그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해당 논란을 두고 누리꾼들의 입장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간호사들을 왜곡된 이미지로 성적대상화 했다고 보는 누리꾼들은 "아이돌 성상품화는 예술이 아니다", "간호사, 스튜어디스 복장 등 예술이라 포장돼 일부 직업군이 천대 받아서는 안된다", "코스튬이 예술인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블랭핑크의 팬들을 비롯해 일부 누리꾼들은 "이러니 창작을 못하지", "노래 제목이 러브 식(love sick)이라 간호사가 등장한 거 아니냐", "본인들 맘에 안들면 타인의 입 막는 꼴페미"라며 해당 논란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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