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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사찰' 이종명, 1심 징역 8개월
"국정원이 정권 수호 목적으로 저지른 범죄…개인적 이득은 취하지 않아"
2020-09-28 17:10:46 2020-09-28 17:10:4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하고 불법사찰한 사업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창형)는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야권 인사 및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의 혐의 중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관련 국고 손실 혐의와 업무상 횡령만 유죄 판단하고, 나머지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은 무죄 판단했다.
 
이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도록 지시하고, 이 '데이비슨 사업'에 대북공작금 약 5억3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이 조성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비자금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국정원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전 차장은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차장은 2011년 11~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 제공 의혹이 있던 해외도피사범의 국내송환 사업인 '연어'의 비용으로 9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전 차장이 원 전 원장과 공모해 국정원 예산 미화 8만5000달러를 횡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차장이 △특명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민간인 사찰을 수행하도록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권양숙 여사의 중국 방문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일본 방문 관련 미행·감시를 하도록 지시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의 양형에 대해 "이 전 차장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사상 불이익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국정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그대로 수용했다"면서 "국정원이 국가 수호라는 본래의 사명을 벗어나 정권 수호 목적으로 저지른 일련의 범죄행위의 일부라는 점에서 사안이 무겁고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 조직 구조 하에서 원 전 국정원장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 전 차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게 전혀 없고, 수십년간 군인의 길을 걸으며 국가에 헌신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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