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 강요로 계약 위반' 업체에 "계약대로 이행했어야"
"증평군 요구에 따라 계약 내용 변경 안 돼…납품 강요는 조달청에 고지했어야"
입력 : 2020-09-27 09:00:00 수정 : 2020-09-27 0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충북 증평군의 폐쇄회로(CC)TV 설치공사 입찰 비리 의혹에 연루된 업체가 자신들은 수요기관 공무원 강요에 의해 계약을 위반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CCTV 제조업체 A사가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직접 생산확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CCTV 납품업체가 증평군 공무원의 강요로 계약내용을 위반했다며 직접생산확인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충북 증평군청. 사진/뉴시스
 
A사는 조달청의 '2016년 7월~2018년 6월 충청북도 증평군 CCTV 설치 공사' 경쟁입찰에서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회사는 조달청과의 계약에서 5300만원 상당의 영상감시장치를 직접 생산해 납품하는 내용의 물품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업무를 담당한 증평군 공무원은 계약업체에게 기존 영상관리시스템과 호환돼야 한다면서 관내 특정업체를 소개해 해당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구매·납품하도록 했다. A사 등은 요구대로 하지 않을 경우 납품과정에서 검수 거부 등의 불이익을 우려,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물품을 직접생산하지 않고 특정 업체로부터 완제품을 구매해 증평군에 납품했다. 
 
이후 감사원은 증평군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고 증평군 공무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A사 등 납품업체의 위반사실을 중소벤처기업부에 통보했다. 중기중앙위원회는 A사가 직접생산확인을 받은 기업임에도 물품을 직접생산하지 않고 완제품을 구매해 납품해 구 판로지원법을 위반했다면서 직접생산 확인을 받은 모든 제품의 확인을 취소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직접생산확인 증명이 필요하다.
 
A사는 "계약을 이행한 것은 증평군과 조달청이 부여한 신뢰에 기인한 것이어서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음에도 중기중앙회는 신뢰에 반해 이 사건 처분을 했으므로 신뢰보호원칙과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가 조달청과 체결한 이 사건 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증평군은 수익자의 지위에 불과하므로 증평군 요구에 따라 계약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증평군 담당자가 완제품 구매·납품 요구했다고 해도 공적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증평군이 다른 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납품을 요구했다하더라도 A사는 조달청과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제안했어야 하며, 증평군이 납품을 강요했다면 이를 조달청에 고지해 그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면서 A사에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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