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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직원 또 불법 주식거래…감봉 처분하고 쉬쉬
특성상 미공개정보 접근성 높아…그럼에도 4명중 1명이 주식거래, 감독 자격있나
2020-09-18 06:00:00 2020-09-18 11:30:09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 직원 A씨는 민원전문역으로 근무하면서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상품에 수차례 투자했다. A씨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매내역을 분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8번이나 이를 어기고 6200만원 상당의 투자사실을 숨기다 내부 감사에 적발됐다. 금감원 직원은 미공개 정보 접근성이 높아 많은 통제가 요구되는데도 금감원은 직원 A씨를 감봉 조치하는 데 그쳤다.
 
앞에선 소비자보호 외치면서 뒤로는 부당이득
 
<뉴스토마토>가 18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으로부터 받은 '금감원 주식투자 징계현황(2019년~2020년7월)'에 따르면 금감원 민원전문역 직원 A씨는 올해 3월12일 6200만원 규모의 금융투자상품 분기매매명세를 8번이나 신고하지 않아 감봉 조치를 받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1조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은 일반 금융회사 직원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상품 매매의 제한을 받는다. 거래를 자기명의로 해야하며,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소속기관에 통지해야 한다. 금융당국 직원은 미공개 정보 접근성이 일반 투자자보다 높아 철저한 내부통제와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직원 A씨가 8회나 신고하지 않은채 주식거래를 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간 미신고하다 덜미가 잡힌 금감원·금융사 직원은 차명계좌를 사용하거나 불법적인 자기매매(고객 돈이 아닌 자기 돈으로 하는 매매)를 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무엇보다 해당 비위행위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문제다. A씨가 징계받은 시점을 감안하면, 불법 주식거래 시기는 금융소비자들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펀드 사태로 피해를 호소한 때와 겹친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불공정거래를 지적하면서도 뒤에서는 현행법을 어겨가며 금융이익을 취했다. 
 
특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거래 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반면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직원이나 공직기강 확립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도 없었다. 금감원의 공직기강 확립은 지난 2018년 2월 최흥식 전 금감원장 이후로 전무한 상태다.
 
금감원 임직원 주식보유액 매년 증가세
 
금감원 직원의 주식 불법거래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2016년~2018년 동안 금감원 직원 B씨는 2440차례 차명계좌를 사용해 수억원을 투자했고, 2017년7월 금감원 C팀장도 차명계좌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저질러 징역형을 받았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금감원 국·실장급은 주식거래 전면 금지다. 부서장 이하 직원은 분기별 10회 이상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고 주식거래시 신고해야 한다.
 
1년에 한번 꼴로 금감원 불법 주식거래가 발생하는데도 금감원 임직원의 주식보유액·거래금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김영주 의원이 제공한 '최근 5년간 금감원 주식보유 및 거래현황'에 따르면 주식을 보유한 금감원 직원 수는 2015년 458명에서 2020년1분기 533명으로 급증했다. 금감원 총인원이 약 2000명인 걸 감안하면 26%에 해당하는 직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 보유총액도 2015년 118억3100만원에서 2020년1분기 179억800만원으로, 60억7700만원(51%)이 늘었다. 거래금액도 2015년~2019년까지 100억~2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거래횟수는 매년 1만5000~2만회를 넘나든다.
 
매년 솜방망이로 그치는 징계…검찰 고발도 안해
 
그럼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내부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으로 그치고 있다.  최근 적발된 금감원 직원 A씨도 징계 중 낮은 축에 속하는 '감봉'을 받았다. 통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징계 강도는 '파면'이 가장 높고, 이어 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순이다. 원칙대로라면 자본시장법 위반시 검찰에 고발하고 최소한 벌금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범죄 수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내부처벌로만 감싸고 있다. 예컨대 '강등' 이상이면 검찰에 고발하고, '정직' 이하면 내부 처벌로 그치는 방식이다.
 
당초 금감원은 전 직원에 대해 주식거래를 원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감원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 금융투자 상품 거래내역을 감사실이 직접 감시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 역시 노조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감원 노조와 일부 직원의 주장은 '직원들이 건전하게 투자를 할 수 있는데도 개인의 자산관리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금감원이 현직 노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며 "금감원 직원 개개인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금감원의 금융행정 체계가 엉망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매년 금감원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드러나는데 과연 금융시장 감독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금융사 내부통제 뿐 아니라 금감원 내부통제도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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