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퇴근 중 엘리베이터에 갇힌 뒤 공황장애 악화로 사망했다면 산재"
입력 : 2020-09-13 09:00:00 수정 : 2020-09-13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회사에서 야근하다가 퇴근하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힌 일이 있은 뒤 공황장애 증상이 심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게임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016년 10월5일 온라인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을 하다가 퇴근하던 중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A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다. 게임 출시일을 제외하고는 치료를 위해 출근하지 않던 A씨는 2017년 4월17일 자택 방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A씨의 부모는 2018년 3월25일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해 11월6일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사고로 인하거나 사고에 업무상 스트레스가 경합해 내재해 있던 공황장애의 소인이 급격히 공황장애로 악화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먼저 이 사건 사고는 당시 A씨가 소속돼 있던 회사의 사무실에서 퇴근하기 위해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나목)'에 해당해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내성적인 성격이고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공황장애의 소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사고 이전에는 회사 동료와 가족의 진술에 의할 때 공황장애에 대해 치료를 하지 않고서도 정상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사고 이후부터는 공황장애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회사에서 종종 실신해 조퇴하기도 했고, 사고 직후에는 병원에 1달이 넘게 입원해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를 받는 등 기존과 같이 회사생활을 지속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무렵은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전 직원이 바쁘게 일할 무렵이었다고 하고, 게임은 2017년 3월2일에 출시된 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자 회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게임을 개발했던 직원이 다수 퇴사했던 사정에 비춰 보면 이 사건 게임의 성공 여부는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A씨가 게임의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부모는 사고가 발생한 빌딩의 엘리베이터 관리업체와 생산물배상 책임보험을 체결한 보험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3월24일 "이 사건 사고와 A씨의 죽음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보험사가 A씨의 부모에게 각각 1억33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야근 후 퇴근하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황장애 증상이 악화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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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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