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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배터리 전쟁)③ 합의금 이견 왜?…"배터리 투자금 확보해야"
상반기 R&D에만 7700억원 투입
배터리 투자로 차입금도 폭증
2020-09-14 06:05:00 2020-09-14 06:05: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사활을 걸고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이 소송 결과와 합의금 규모를 두고 열을 올리는 건 배터리에 그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투자로 비게 된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합의금 규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1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와 LG화학의 올 상반기 R&D 투자액은 각각 1278억원, 5434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증가율로는 SK이노가 30.9%(30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3사 중 1위를 기록했고, 투자액 규모 자체로는 LG화학이 선두를 차지했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가 기존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특히 SK이노는 상반기 2조2000억원의 손실을 냈음에도 설비투자 비용(CAPEX)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업계는 올해 SK이노의 CAPEX가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조8823억원에 달한 SK이노의 CAPEX는 2016년 6647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급증했다. 김준 SK이노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배터리 공장에 3조원 추가 수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의 설비투자 비용도 매년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의 올 상반기 CAPEX는 3조19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733억원) 감소하긴 했지만 매출 대비 CAPEX 비중은 23.3%이다. 이는 SK이노(10.3%)의 두 배가 넘는다. LG화학 CAPEX 역시 2016년 1조4726억원에서 꾸준히 급증해 지난해엔 6조4905억원으로 늘었다.
 
SK이노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투자가 모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번 소송전의 결과가 어느 한 쪽의 사업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합의금으로 끝나든, 배상금으로 끝나든 한 쪽이 배터리 분야에 투자할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양상이 될 것 같다"며 "특허 관련 논란이 사그라들면 두 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단기간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만큼 양사의 재무 부담도 늘어난 상태다. 올 상반기 기준 LG화학의 총차입금은 11조8600억원으로, 지난 10년간 최고 규모다. SK이노 또한 총차입금이 15조원에 육박한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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