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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기업합병·분할, 호재 아닌가?
대림산업 분할·KCC글라스 합병 발표후 주가하락 ‘왜’
2020-09-11 13:00:00 2020-09-11 13:06:0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최근 기업합병과 기업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림산업(000210)의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한 8만4000원까지 내려앉는 등 이틀째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10일 장마감 직후 이날 이사회에서 회사를 지주사·건설·석유화학 부문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우선 대림산업을 지주회사인 디엘과 건설사업을 맡는 디엘이앤씨로 각각 44 대 56의 비율로 인적분할한 뒤, 다시 디엘에서 석유화학회사인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해 총 3개 회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존속법인은 디엘이며, 디엘케미칼은 디엘이 100%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로 남게 된다. 
 
회사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12월4일에 열고 내년 1월1일자로 지주회사 체제로 출발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이 각 사업부문을 3개 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했으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주주환원정책 등을 밝히지 않은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림산업>
 
대기업의 기업분할은 그룹 계열사 간의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동시에 각 사업부문의 체질을 강화하면서 저평가된 사업을 재평가 받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분할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같은 공시가 나오기 전인 8월28일에는 기업분할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막상 분할 발표가 나오자 주가가 크게 하락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린 것이다. 
 
일단 기업분할 자체는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물론 건설 및 화학사업의 분할로 인해 저평가됐던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증권은 분할법인 디엘이앤씨를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와 비교할 경우 매출은 적지만 해외 현장 노출도가 낮고 원가율 관리로 높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어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 이상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디엘은 동종 지주회사, 화학사의 밸류에이션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증권은 목표가를 유지했다. 
 
이처럼 분할 자체로는 평가가 나쁘지 않은데, 시장이 기대했던 추가 합병과 주주환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것이 주가 약세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림그룹의 실질적 지배회사 역할을 하는 곳은 대림코퍼레이션이다. 이 회사를 디엘과 합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번 발표에 빠져 있었다. 고려개발과 삼호를 합병해 세운 대림건설을 디엘이앤씨와 합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대림건설의 지분 66.36%를 대림산업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룹의 전반적인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발표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분할로 사업부별 재무구조와 실적이 명확해지면서 할인률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 외에 주주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림산업이 각 사업부문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분할 계획을 발표하고도 시장의 냉대를 받고 있다면, 케이씨씨글라스는 코리아오토글라스와 합병을 발표하도고 투자자들의 환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케이씨씨글라스(344820)와 코리아오토글라스(152330)는 대림산업의 기업분할 발표보다 하루 먼저 합병 소식을 알렸다. 케이씨씨글라스가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식을 1 대 0.4756743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모두 KCC 집안의 기업으로 자동차 유리 등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어 케이씨씨글라스가 KCC에서 인적분할해 설립할 당시부터 두 회사의 합병을 예견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자식들에게 회사를 나누어 맡기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내환 KCC글라스 대표이사(왼쪽)와 우종철 코리아오토글라스 대표이사가 합병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KCC글라스>
 
현재 케이씨씨글라스의 최대주주는 16.37%를 보유한 정몽진 KCC 회장이다. 정몽익 케이씨씨글라스 회장의 지분은 8.80%에 그친다. 대신 정몽익 회장은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최대주주(25.00%)여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주인을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정몽익 회장의 합병 지분율을 높여주기 위해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주가를 올리거나 케이씨씨글라스의 주가를 내리는 ‘사전작업’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 투자자들이 많았지만 실제 주가 흐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현재 케이씨씨글라스가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주식지분 19.90%는 합병비율 산정에서 제외돼,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20%가량 높아진 상태에서 합병하는 결과가 됐다. 케이씨씨글라스의 보유지분은 합병 후 합병비율만큼 줄어든 채로 자사주로 바뀌게 된다. 
 
합병 시너지를 호재로 본다면 두 회사 모두,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코리아오토글라스의 주가는 올라야 할 텐데 두 회사 모두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림산업이나 케이씨씨글라스, 코리아오토글라스 모두에게 기업분할과 합병은 주가를 올릴 호재이지 떨어뜨릴 악재가 아니므로 지금 당장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해할 것은 없다.  
 
대림산업의 경우 향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될 경우 지주사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있고, 케이씨씨글라스 합병법인도 사업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리아오토글라스의 고배당 정책이 합병법인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LG화학(051910)도 배터리 사업을 분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할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기업합병과 기업분할이 주가에 호재인 것은 변함없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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