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20% 적금? 낚시질도 정도껏
2025-12-05 06:00:00 2025-12-05 06:00:00
‘75인치 TV를 40% 할인가로 드립니다. 세탁기를 같이 사면.’ 정확하진 않지만 이와 비슷한 홍보 문구는 본 것 같다. ‘1+1’ 할인 행사쯤 편의점 밖에서도 흔한 세상이다. 
 
그런데 ‘최대 80% 폭탄세일’ 플래카드를 보고 가전 매장에 방문했다가, 대부분은 10~20% 할인이고 한구석 먼지 쌓인 액세서리 품목 일부만 80% 할인인 걸 봤다면 어떤 기분일까? 속은 기분에 짜증이 나겠지만, 일부 고객은 직원에게 화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낚시질에도 점점 무뎌지는 세상이다. 
 
그래도 이렇게 손님들 화만 돋우는 낚시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왜 금융회사들까지 그 대열에 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고금리 예·적금이 유행이란다.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특판 상품도 아니고 갑자기 우수수 쏟아진다. 연 6%, 8%, 10% 이러더니 얼마 전 20%를 내건 상품까지 등장했다. 하는 일이 일인지라 홍보든 기사든 눈에 띄는 금리는 매번 확인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번번이 낚시 상품이다. 요즘 것들은 정도가 심하다 못해 어이없을 지경이다. 
 
기본금리는 2%인데 게임을 하면 얹어준단다. 20%를 다 받으려면 게임 참여자 중 3% 안에 들어야 한단다. 운이 좋으면 4%쯤 가능해 보이는데, 달랑 7~8주 만기 상품이다. 주당 납입 한도액 10만원씩 8주면 80만원. 운이 남달라 연 20%를 적용받는다 치자. 세후 이자 1만600~1만700원쯤이다. 운이 매우 좋았을 때 얘기다. “땅을 파봐라. 10원 한 닢 나오는지.” 이런 말은 30년 전에나 통했다. 웬만한 직장인들 급여를 분초 단위로 쪼개보면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이자를 얻는 것보다 낭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출시되는 다른 고금리 상품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기면 만기, 우대 조건이면 조건, 온갖 것들을 주렁주렁 붙인 탓에 두세 시간 동안 ‘고금리’란 표현을 쓸 만한 상품으로 두어 개 정도 찾았다.
 
지난해 토스증권이 주식 미수거래를 외상 구매로 마케팅하다가 당국의 제재를 받았는데 올해 또 옵션거래를 무슨 홀짝처럼 안내해 빈축을 샀다. 18년 동안 재테크 기사를 썼기에 경제·투자 초심자에게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쉽게 설명하는 것과 오인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그런 식으로 투기성 거래에 입문할 바엔 차라리 어려워서 접근 못 하는 쪽이 훨씬 이롭다. 초등학생이 굳이 고스톱, 포커의 룰을 알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올 한 해 주식시장이 화끈한 랠리를 펼친 덕에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이동한 돈이 꽤 되는 모양이다. 퇴직연금 이동까지 더하면 은행권이 긴장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은행에서 개설한 IRP 계좌로 ETF를 매매하고, 증권사는 예·적금보다 이자 많이 주는 발행어음을 팔고, 중도 인출이 가능한 보험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여기에 핀테크, 코인과의 결합까지 변화무쌍하다. 금융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노력은 다방면으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20% 적금이니 외상 구매니 하는 것들이 진화와 어울린다고 보는가? 알록달록 보기 좋게 포장한 퇴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장삿속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