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심의회 민간위원들이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두고 고심 중이다. 당장 기안기금 투입이 절실하지만, 향후 부실기업 지원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일각에서는 기금운용에 대한 면책조항을 문서로 공식화하거나 법에 명시해야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아시아나 채권단 "기금 확보 안되면 ABS 트리거"
7일 <뉴스토마토> 취재결과 채권단·금호산업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계약해지에 대한 준비절차에 돌입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계약해지를 통보하기 전에 시장 충격을 방지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노딜이 공식화되기 전에 기안기금에 대한 승인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금 지원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 투매와 자산유동화증권(ABS) 트리거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금지원 방안 마련없이 아시아나항공 노딜을 공식화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주식 투매→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 될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트리거 조항'에 따라 1조6000억원에 달하는 ABS를 투자자들이 대거 회수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시아나항공 부채 70%가 ABS로 이뤄진 만큼 이를 막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는 아시아나항공 오너리스크가 여전한데 매각마저 무산되면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자금을 신속히 지원해 잠재적 리스크를 차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심의회, 아시아나 지원 향후 문책 가능성 우려

기금운용심의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현재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을 지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향후 코로나19 이전 부실기업을 지원했다는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운용심의회 위원들이 기업 지원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으로 심의하고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민간인 신분으로 40조원의 나랏돈을 운용하다보니 결과에 책임지기 부담스러운 것"이고 설명했다. 실제 기안기금이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운용실적은 여전히 0%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운용심의회 위원들이 소극적으로 심의하는 이유로 '면책조항 부재'를 꼽는다. 기안기금이 기준에 맞게 투입되면 결과를 떠나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면책 내용이 정부·정치권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률인 산업은행법에도 기금운용심의회 면책 조항이 들어있지 않다. 오히려 산은법 17조에는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을 공무원 신분으로 보고 형법과 벌칙을 적용한다'는 벌칙 조항이 담겼다. 효과적인 정책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 없이 처벌만 강화하다보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될 자금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정권이 바뀌면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이를 문제삼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국가정책은 권한을 가지면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에 대한 면책조항을 문서로 공식화하거나 법에 명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안은 기금운용심의회 구성원을 책임 질 수 있는 공무원이나 채권단 관계자로 구성하는게 좋다"며 "다만 지금은 당장 구성원을 바꿀 수 없으니 고의·중과실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정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면책 조항을 넣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는 만큼, 면책 조항이 도덕적해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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