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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행정수도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2020-09-06 06:00:00 2020-09-06 0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또 다시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까지 이전해야 수도권 과밀화와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지 17년 만에 또 다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논란이다. 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전으로 덮으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정부 여당이 이 시점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문제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24번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부동산 안정화 단계까지는 멀다는 판단이 우세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기야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폐해는 자세히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분권 강화에 일견 동의하기도 한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희망보다 패배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거부할 명분이 희박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청와대와 국회만 세종시로 내려오면 수도권 과밀화가 해소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사실 전문가들은 통계를 근거로 세종시 출범 이후에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2012년 세종시가 출범한 이후 세종시 유입 인구 중 대부분은 세종시 주변에서 이동한 인구라고 분석한다. 더욱이 지금도 금요일 오후만 되면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오는 공무원이 수천명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수도권 주변 신도시 건설을 발표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자족기능을 이야기한다. 신도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족도시가 아니면 신도시는 잠만 자고 떠나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금 세종시는 주중 근무만하고 주말에는 떠나는 워크타운으로 전락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일 뿐이다. 사실 필요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자족도시 기능을 할 수 있는 기업 유치나 문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직장이라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주말에 갈 곳이 없다는 점도 세종시를 워크타운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행정수도만 가지고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진정한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분권 강화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 이후를 고민해야 된다. 일자리를 위한 기업 유치와 문화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잠만 자고 혹은 일만하고 떠나는 곳이 아닌 진정한 자족도시 면모를 갖추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넘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고민해야 될 시점이 왔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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