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메신저 앱 '위챗' 거래제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다국적 기업 12곳은 지난 11일 백악관 관계자들과 한 전화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위챗 연관 행정명령이 끼칠 광범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회의는 미중 기업위원회와 미 상공회의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주관했으며 애플·포드자동차·월마트·월트디즈니·인텔·골드만삭스그룹·모건스탠리 등이 참석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과 위챗, 그리고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의 미국 내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발효일은 앞서 그가 틱톡 퇴출·매각 시한으로 제시했던 9월15일로, 구체적인 제한 내용도 발효 시점에 공개될 예정이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번 회의의 목적 중 하나가 행정명령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다수는 행정명령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미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일부는 중국 내에서의 사업이 계속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 기업위원회 회장은 "중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미국 기업들이 위챗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미 기업들은 다른 경쟁자들한테 비교해 엄청난 불이익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F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에서 위챗이 금지되면 전 세계 애플 출하량이 최대 30%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위챗은 중국에서 단순한 메신저 앱을 넘어 결제, 뉴스, 디지털 사업 등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으로 중국 내 많은 애플 팬들이 아이폰과 위챗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아이폰에서 위챗을 다운로드할 수 없게 되면 이들은 고민 없이 아이폰을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백악관과의 전화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논평 요청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WSJ은 이들이 백악관과의 통화에 참여한 것 자체가 미중 관계 악화가 양국의 상업 관계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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