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김윤아, 체벌근절 캠페인 참여 "신체 위협 정당화될 수 없어"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가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체벌근절 캠페인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에 참여,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촉구에 힘을 보탰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및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이하 4개 단체)와 함께 최근 부모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민법 제915조 징계권의 전면 삭제를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4개 단체는 지난 7월 체벌에 대한 부모와 아이의 시각차이를 보여 주는 사진전 '사랑 해(害)'를 홍대 인근 전시장에서 개최했다. 각 아동단체의 홍보대사인 가수 김윤아(세이브더칠드런), 배우 장현성(굿네이버스), 송일국(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전시를 관람하며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에 대한 폭력이 허용되고 있는 사회적 통념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김윤아는 2009년 12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로 아동 후원은 물론 해외결연아동, 아동권리, 신생아살리기 등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어른은 (아이에게 체벌을 할 때) ‘네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다’는 인과관계를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냥 육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공포를 준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배우 장현성과 송일국 역시 각각 "최근 훈육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체벌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5, 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를 통해 “당사국 영토 내 법률 및 관행 상의 ‘간접체벌’ 및 ‘훈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 민법에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제 915조)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훈육 과정에서 징계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이 가능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조항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학대 행위를 한 부모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구실로 악용돼 왔다.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한 4개 단체는 아동의 존엄성과 안전할 권리를 위배하고 있는 민법 제915조 삭제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최근 21대 국회가 시작하면서 민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는 등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신현영 의원, 양이원영 의원, 전용기 의원, 황보승희 의원이 915조 징계권 삭제를 골자로 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지난달 29일 4개 단체와 박주민·신현영·양이원영 의원이 국회에서 '민법 915조 국회 토론회: 징계권 조항 삭제부터 체벌근절까지'를 열고 징계권 조항 삭제 및 민법 개정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도 민법 제915조의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래, 지난 4월 법무부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민법 제915조 징계권을 삭제하고 민법에 체벌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를 반영한 민법 개정안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난 4일 입법예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사무총장은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는 아동학대 근절의 출발점인 만큼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징계권 조항 삭제를 비롯한 체벌금지 법제화를 통해 정부와 국회가 아동권리 증진의 소임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 개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사회에 체벌이 근절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동권리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벌근절 캠페인 에 동참한 배우 장현성-가수 김윤아-배우 송일국. 사진/세이브더칠드런

 

권익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