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논의가 가열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금융사를 국내 유치하기 위한 당국의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과 배치되는데도 정치권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당청은 행정수도 이전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지방분권의 실현이라는 명분에서다.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안건으로 올랐다.
이에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공기관 지방이전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공기관은 안정적이고 은행원이라는 이미지로 지역사회의 호응이 커 정치권이 밀어붙일 수 있는 좋은 대상이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지방이전 법안이 대거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도 했다.
정치권의 행보가 금융당국이 육성 중인 금융중심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를 열고 해외 금융사를 대거 유치하는 등 세계적인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이 탈홍콩으로 지역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 규제를 투명하게 개선해야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국도 홍콩처럼 해외 금융사에 대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덜 권위적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앞으로 당국은 열린 자세로 해외 금융사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중심지에 역행하는 금융공기관 지방이전에 뚜렷하게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 아니라서 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행보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실제로 은성수 위원장은 수출입은행 행장 시절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대해 "영업에 도움이 안된다"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될 때에는 "지방이전에는 장단점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을 바꿨다.
금융공기관 지방이전이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균형발전 컨셉에서 수도·국회·행정부처·공공기관 등 전체적인 어젠다가 추진되면 모르지만 지금처럼 부분적으로 나오는 건 가능성이 없다"며 "오히려 한 지역으로 금융공기관을 보내면 다른 지역이 반발할 수 있어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일 경기도 이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차보험 보상서비스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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