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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기업경영권 침해 우려"
통합당·6개 경제단체,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2020-07-16 15:42:44 2020-07-16 15:42:44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경제계와 학계가 상법 개정안이 코로나19 여파로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가 주관을 맡았다.
 
발제와 토론에는 △이혜미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양만식 단국대 법과대학장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회에서 지난달 10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며 관련 법개정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재계의 우려가 가장 큰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을 비롯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이 논의 탁상에 올랐다. 법무부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2013년부터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
 
정구용 상장회사협의회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새롭게 출발한 21대 국회에선 반기업 규제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다"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기업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상법개정안이 진짜 소액 주주를 위한 법이 맞느냐"며 "상법개정안은 중소기업을 죽이고 소액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뜨거운 감자'였다. 다중대표 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힌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권재일 교수는 제도의 남용과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모회사 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자회사 이사 상대를 소송하는 게 과연 옳으냐"고 지적하며 "자회사 지분 50%만 가져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 요건이 낮아 남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1989년부터 2005년도 미국 23개주가 다중대표소송을 막아준 결과, 회사의 소송 위험을 낮춰 신기술에 대한 특허가 증가했으며 기업의 혁신성을 높였다"며 경영 불확실성 해소가 기업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해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3%룰'이 기업 경영권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재일 교수는 "대주주는 계열사를 통한 주식 분산 보유가 곤란한 반면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지분을 분산·규합하는 식으로 자기측 인사를 감사위원회에 임명할 수 있어 대주주 역차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현한 교수는 실제로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5개 페이퍼컴퍼니가 규합해 경영권을 공격한 SK소버린 사태를 예시로 들며 권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밖에도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와 이사 임기 상한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발의 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국대 교수는 "이사 임기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회사의 정보를 취득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감사위원의 감사역할이나 사외이사의 이사회에서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창현 의원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 이 시점에 상법이라는 이름의 입법은 그 자체가 리스크"라고 말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경영권 흔들고 일자리 가로막는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우연수기자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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