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 민주당 사과 표현 논란
피해자 동정 여론 "피해자중심주의 깼다", "성추행 의혹 부정 의도"
2020-07-15 16:27:43 2020-07-15 16:27:45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피해호소인' 용어를 사용해 논란이 꼬리를 문다. 피해자를 동정하는 여론은 민주당이 성관련 문제에 있어 피해자중심주의를 깨고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부정하려는 의도라며 문제 삼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피해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사과문에서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총 3번 사용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는 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위원장인 남인순 의원도 사용했다. 정의당 심상정대표 역시 지난 14일 상무위원회에서  '피해자'와 피해호소인 용어를 혼용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고소인과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역시 피해자라는 용어를 피해갔다.
 
피해자를 동정하는 여론은 이러한 여당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 속에  '일방적 주장', '의혹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고소인을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호소인', '피해호소여성'이라는 용어를 두고 "언어의 퇴행"이라 비판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중권 교수도 민주당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피해호소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면서 "이 자체가 2차 가해다. 피해자의 증언을 딱히 의심할 이유가 없고, 가해자 역시 행동으로 그것을 인정했다면 피해호소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언제 김지은을, 서지현을, 영화 '도가니'의 아이들을 피해호소여성, 혹은 아동으로 불렀냐"며 따져물었다. 
 
야당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인터뷰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용한 '피해호소여성' 이라는 단어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 단어 속에 여당의 지금 생각들이 다 함축돼 있다고 본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는 것이고, 2차 가해를 조장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열린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용어 사용을 문제삼았다. 법조계에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에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서는 '결국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추정 정도로 물타기 하고 있다. 피해자라고 말하기는 진짜 싫고 여론봐서 적당히 헷갈리지 않는 말장난일뿐이다', '언제부터 민주당이 피해단계를 세세하게 구분해서 피해자인이, 피해고소인인지, 피해 호소인인지 나눠불렀나' 등의 의견이 나온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