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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는 중소형 증권사…자기자본 확충 경쟁 가속화
교보·하이·이베스트, 유상증자 단행…중위권, 지각 변동 예고
2020-06-19 06:00:00 2020-06-19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디지털금융과 투자은행(IB)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을 늘리며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030610)은 최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신주청약은 오는 24일 이뤄지며 신주는 주금 납입을 거쳐 내달 9일 상장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3월말 기준 9437억원에서 1조1437억원으로 21.2% 증가하게 된다. 교보증권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기자본 1조원 클럽에 진입함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 간 외형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자기자본 2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는 유안타증권(1조2806억원), 한화투자증권(003530)(1조1190억원), 하이투자증권(1조80억원), 현대차증권(001500)(9910억원), 교보증권 순으로 전체 11위~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올해 상반기까지 증권사들의 실적에 큰 편차가 없다면 교보증권이 단숨에 12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교보증권은 업계 내 경쟁우위를 확보해 기존 전략적 사업인 부동산금융을 비롯해 신성장 사업인 디지털금융 기반 벤처캐피탈(VC)투자와 해외사업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자기자본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며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NCR(영업용 순자본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신용등급도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자본 확대로 인한 이자수익 확보와 기존 핵심사업을 비롯한 사업 영역도 확장할 수 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기본요건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이라며 "신용등급 상향 시 조달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신사업 진출 등을 할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 간 경쟁이 녹록찮은 만큼 덩치싸움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 말 10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현대차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기자본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하이투자증권 또한 올해 초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IB역량을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1분기 이익 등이 반영되면 상반기 안에는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자기자본 6264억원)은 올해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며, 카카오페이증권과 리딩투자증권 등도 올 들어 각각 230억원,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특히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목표로 자기자본 1조원의 중형증권사를 내걸었으며, 올해 취임한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임기 내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금융당국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의 기업금융기능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증권사 대형화 유도 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증권업계 역시 IB와 트레이딩 사업 규모를 확대해오면서 자본력이 우수한 증권사의 시장지위가 상향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이어 "교보증권의 유상증자는 자본 적정성 제고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기자본 3조원을 상회하는 종합금융투자업자의 시장지위 강화 등 비우호적 요인을 고려할때 수익창출능력 제고, 안정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보통 자기자본 4조원이 넘으면 단기금융업을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며 "초대형 증권사와 비교하기엔 아직 자본력이 부족하지만, 지속적인 증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재무구조 개선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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