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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재미 본 증권사 CEO들
김남구, 자사주 평가차익 60억
주가부양 효과는 글쎄
"자사주 소각해야 책임경영"
2020-06-08 06:00:00 2020-06-08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피가 2100선을 훌쩍 넘어서는 유동성 랠리를 펼치면서 자사주를 매입했던 증권사 경영진들도 대박을 터트렸다. 주주들을 향한 책임경영 신뢰 제고라는 홍보 효과는 물론이고 향후 배당 수익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 시점이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떨어지는 등 저점을 다진 3월께에 몰려 있어 최근 반등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회장의 경우 60억원 규모의 평가 차익을 냈다. 김남구 회장은 3월23일 최저점 이후 같은달 25~26일에 26만3000주(85억7975억원)를 사들였다. 이날 김 회장 주식가치는 146억원으로 대폭 뛰어 70%가 넘는 수익률(평가이익 60억원)을 거둔 상황이다.
 
수익률로 보면 조웅기 미래에셋대우(006800) 부회장이 75.9%로 가장 많은 평가차익을 올렸다. 조 부회장은 지난 3월24일 미래에셋대우 주식 5000주를 주당 3860원에 사들였다. 이는 올해 주가 저점인 3505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가에 매입한 셈이다. 조 부회장의 매입 직후 주가는 이틀간 38.8% 급등했으며, 지난 4일 기준 주가는 6790원까지 올랐다. 
 
많은 증권사 수장들이 자사주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 최석종 KTB투자증권(030210) 사장은 지난 4일 기준 3565만원(33.5%), 김해준 교보증권(030610) 사장은 2939만원(65.6%), 고원종 DB금융투자(016610)(016610) 사장은 372만원(16.0%)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도 3월19일 주가 저점 일주일 전후로 주식을 매입했다.
 
반면 최근 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차익을 내는 이들도 있다. 대신증권(003540)의 주가는 저점을 찍은 3월19일 대비 56.4% 올랐지만,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의 수익률은 19.1%에 그친다.
 
비교적 비싼 값에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3월 중순 저점 매수에만 공략하지 않고 2월25일부터 4월20일까지 32회에 걸쳐 45만4853주(39억7304만원)를 사들였다. 
 
4만여주를 사들인 권희백 한화투자증권(003530) 사장과 5000주를 매수한 정영채 NH투자증권(005940) 사장도 각각 3.8%, 7.3%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역시 주가가 저점을 찍은 3월19일보다 앞선 3월10일, 3월4일에 주식을 매입했다.
 
일각에선 CEO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주가 부양에는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진이 주식 거래 규모는 일일 거래량에 대비해 극소량일 뿐이며, 규모가 크더라도 일반 주주가 주식을 사는 것과 같기 때문에 다시 팔경우에는 매물출회로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증시와 상관 없이 자사주를 매입했다면 책임경영으로 볼 수 있지만, 이번 하락장은 저가매수의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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