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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 분류 시 연간 최대 5조원 손실"
직간접 경제 손실 5조2천억·3만4천명 취업 기회 잃어
유병준 교수 "부작용만 크고 기대 효과 발생 없어"
게임장애 낙인효과 등 인권 문제 지적도 이어져
2020-05-28 16:15:15 2020-05-28 16:15:1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연간 5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일자리도 3만4000개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 분류가 게임 이용 장애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 이용 장애 질병분류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연구에는 유병준 서울대 교수·전성민 가천대 교수·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약 5조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취업 기회를 잃는 이들도 3만4000명에 달한다. 
 
연구진이 담배·도박·만화 등 산업 규제 사례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시장 영향으로 연평균 1052억원에서 3조5206억원의 산업 축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국내 게임 산업이 위축되면서 수입으로 대체되는 규모가 연간 약 86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적 비용·게임 산업 의무 부담금 발생 등 간접 영향은 8131억원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발의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다.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도 게임 과몰입 등 관련 문제 해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진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 등록 후 게임 지속 의향은 잠재적 문제이용군이 3.23(4점 만점)으로 정상집단의 2.89보다 높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유 교수는 "과거 웹보드 게임 규제도 사회를 깨끗하게 해서 게임 산업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으며, 오히려 불법 사이트로 넘어가는 풍선 효과만 엄청났다"며 게임장애의 질병 분류가 정책적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게임 이용 장애 질병분류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 발표 및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도 이와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연구에 참여한 전성민 교수는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연간 20%씩 성장하는 고성장 시장이다"며 "게임장애 환자를 우리가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산업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도 "국민의 65.7%가 이용하고, 문화·콘텐츠 수출의 66.9%,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8.77%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시대나 사회적 변화와 관련해 긍정적 요소도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질병 분류가 청년층의 일자리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 연구실장은 "게임업계 종사자의 연령층이 낮은데, 이런 정책은 관련 업종의 신규채용까지 감소시키는 등 청년 일자리에 부정적이다"고 지적했다. 
 
게임장애 질병 분류에 대한 낙인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도 "게임 중독이 질병이 되면 게임 산업 종사자가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을 생산하는 범법자가 된다"며 "이런 낙인효과로 게임 인재 수요가 줄어 한국 게임의 질적·양적 저하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의 질병분류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도 "한·미·일 인식 조사를 했을 때 게임 질병 등재로 인한 낙인효과는 한국이 가장 크다"며 "이런 사회적 부정적 인식은 제도권 안에서 심리 상담 서비스 등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게임 과몰입을 무력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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