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법 개정안 '전자서명' 정의, 국제기준과 괴리"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개정안 변수 많아 기업들 인증시장 뛰어들기 어려워"
이용자 보호 수준 여전히 낮은 점도 문제로 지목
입력 : 2020-05-28 16:41:54 수정 : 2020-05-28 16:41:54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전자서명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공인인증서가 폐지된다'로 쏠렸다. 하지만 인증 관련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전자서명의 정의를 기존 법안과 다르게 명시한 점을 우려했다. 개정안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 빌딩에서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을 만나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한국전자서명포럼은 공인인증기관과 전자서명 관련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사단법인이다.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 사진/박현준 기자
 
"전자서명에 서명자의 신원을 어떻게 담고 모든 전자서명을 받아주기 위한 시스템은 또 어떻게 구현합니까? 이용자의 보호 부분은 나아진 게 없습니다"
 
한 의장은 개정안의 전자서명에 대한 정의가 기존 법과 달라진 부분을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기존 전자서명법은 전자문서에 포함되거나 문서에 워터마킹을 부여하는 것 등을 전자서명으로 인정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자서명의 정의와 유사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전자서명을 '서명자의 신원, 서명자가 해당 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데 이용하기 위해 전자문서에 첨부되거나 논리적으로 결합된 전자적 형태의 정보'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한 의장은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지 등 신원과 서명을 당사자가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자서명에 담을지에 대해 우려했다.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서명을 당사자가 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겠냐는 것이다. 
 
개정안의 6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개정안 6조 2항은 국가는 법률·대통령령·국회규칙 등 각종 규칙에서 전자서명 수단을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특정 전자서명 수단만을 이용하도록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가령 특정 오피스 프로그램의 전자서명을 쓰겠다고 하면 이를 받아줘야 한다. 대상 기관이나 기업은 새로운 전자서명 수단 기술을 받아주기 위해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단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6조 2항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한 의장은 "정부도 다양한 전자서명을 수용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인지한 것 같은데 그 파급력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한 20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20조는 '전자서명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을 해야 한다. 단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명시했다. 기존 법에는 '공인인증기관이 과실 없음을 입증하면 그 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명시돼있다. 개정안에 '고의 또는'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의장은 "정부는 개정안으로 이용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됐다고 했는데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기존법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 의장은 개정안의 전자서명에 대한 정의, 차별 금지 조항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공공 및 금융 인증 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모바일 인증 시장은 본인확인 기능과 전자서명, 모바일 수단까지 갖춘 이동통신사가 장악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도한 경쟁보다 특정 서비스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국전자서명포럼은 기존 전자서명 기업들과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기업들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21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 의장은 서울대학교에서 해양과학을 전공했으며 정보통신부·현대정보기술·한국해킹보안협회·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아시아 IC 카드포럼 등에서 근무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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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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