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국회 문턱 넘었다…네이버·카카오, 불법촬영물 삭제 책임 커져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20대 국회 마지막 날 통과
IT 업계 "해외 사업자 규제 실효성 없어…국내 사업자에 역차별"
방통위·텔레그램 공대위 "해외 불법 사업 제재 기틀 마련하는 것"
입력 : 2020-05-20 17:45:54 수정 : 2020-05-20 17:45:54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민적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나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일명 'n번방 방지법'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재석 178인에 찬성 170인, 반대 2인, 기권 6인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재석 177인에 찬성 174표, 반대 0표, 기권 3표으로 처리됐다. 법안 실효성 여부와 사적 검열 등을 이유로 IT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국회는 성범죄물 재유통을 막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의 유포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기존에 웹하드(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사업자에게 적용하던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통 방지 의무를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 즉 인터넷 사업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인터넷 사업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신고나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 △유통을 막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투명성 보고서 제출 등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위반하면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해외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역외적용 규정도 신설됐다. 기술적·관리적 조치, 인터넷 사업자의 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차후 시행령으로 정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벤처기업협회 등 IT 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대 국회의 인터넷규제입법 임기 말 졸속처리 중단하라!'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이 통과되자 IT 업계는 유감을 표했다. 특히 법의 실효성에 대한 걱정이 컸다. 법안이 통과되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성명을 내고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며 "많은 단체에서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분을 앞세우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만 집중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앞서 IT 업계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n번방 방지법이) 기존에도 불법 정보 차단 책임과 의무를 자율적으로 지고 있는 국내 사업자에게 의무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법에 해외 사업자를 규제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어 국내 사업자만 추가로 규제를 받게 하는 역차별적 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 몇몇 의원들도 이날 오전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금 의원은 "n번방 방지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제 성폭력 방지나 피해자를 구호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내용이 애매한 법만 생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며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법안 집행 과정에서 이를 확실하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을 지지하는 쪽은 실효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n번방 방지법에서 '역외적용'을 명문화함으로써 향후 해외 사업자를 규제할 명확한 근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모든 국내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도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텔레그램 공대위를 이끄는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핵심은 '역외적용' 규정이다"고 짚었다. 서 대표는 "이 법안은 단순히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국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기에 굉장히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실효성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았다고 해서 법을 통과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지금 최소한의 약속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수사 당국에서도 이들을 잡아 왔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근거가 마련된다"고 덧붙였다.
 
IT 업계는 사적 검열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들은 "인터넷 사업자가 이메일, 메신저, SNS 등 이용자의 모든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런 지적이 반복되자 방통위는 "개인 간 사적 대화의 정보는 포함하지 않고, 공개 게시판이나 카페, 오픈 채팅방 등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관련 논란이 시작된 것은 법안 초안에 담긴 "불법촬영물 등에 대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인식'한 경우 지체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접속 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 때문이다. 해당 문구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방통위는 "인터넷 사업자의 자체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통위는 법안이 통과되자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기존의 법령 입안례를 참고하고 업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조치의 실효성은 담보하면서도 사생활 침해 우려는 최소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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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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