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는 대신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향후 지분을 매각하는 출구전략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기간산업기금 지원 대상인 항공·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대외 변동성에 취약해 주가상승 등 적절한 매각 시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과거 외환위기 때 취득한 기업 지분을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아직도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함께 기간산업기금 관련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을 마련했다. 우선 기간산업 지원업종을 항공·해운으로 선정하고, 지원 대상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항공·해운을 우선 지원하기로 한 만큼 항공·해운에 대한 지분도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취득한 기업 지분을 매각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 예금보험공사는 외환위기 당시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에 총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예보는 한화생명 상장 때 24.75% 지분을 취득했고, 이후 2015년 지분 9.5%, 2017년 11월 지분 2.5%를 각각 블록딜 형태로 매각해왔다. 현재 예보는 10%의 지분만을 남겨놓은 상태지만 한화생명의 주가가 계속 하락세여서 적절한 매각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3%를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최대 10%씩 분산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우리금융 임원들이 연달아 중징계를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배구조 리스크와 낮은 주가로 올해 지분 매각을 잠정 연기했다. 앞서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금융에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순조롭게 매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넘어 대외 변동성에 따른 업황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향후 정부가 취득하게 되는 항공·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대외 변동성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어 지분매각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책임공방을 두고 제2차 무역갈등을 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운송업의 미래는 밝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포기하면서 낮은 주가에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 공적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완전 민영화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부실한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결국 회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특히 국회와 여론에서 많은 질타를 받을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나 코로나 때나 공적자금 투입한다는 건 결국 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 살리기가 더 중요한 만큼 공적자금 회수에 집착하지 말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기회가 되면 바로 시장에 돌려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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