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책임감 따르는 혁신이 진짜 혁신
입력 : 2020-03-20 06:00:00 수정 : 2020-03-20 06:00:00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다. 아직은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 될지 충분히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IMF, 금융위기 등 굵직한 고비를 수차례 넘나들은 바 있는 기업들은 언제라도 허리띠를 졸라맬 태세에 나서고 있다. 찬 바람이 일렁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불안해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을'의 위치에 처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일 것이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 같은 작은 기업들에 속해 일하는 이들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전염병이라는 미처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경제 전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크고 작은 여파는 있었지만 현 상황처럼 모두를 패닉에 빠뜨릴 정도는 아니었고, 숫자로 보면 긍정적인 내용들이 꽤 있었다. 무엇보다 혁신생태계가 꿈틀댄다는 신호가 고무적이었다. 어느새 희미하게 잊혀져 가고 있지만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원대에 첫 진입했고, 기업가치 1조에 달하는 11번째 유니콘 기업도 탄생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있어 혁신을 주창하며 그간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업들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타다의 경우 소비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으며 단시간 내 괄목할 만한 기업, 국민 대다수가 아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바 있다.
 
19일 타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는 지난 6일 타다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고, 이는 이번 타다 비대위 출범 계기가 됐다. 혁신 플랫폼이라 불리던 타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드라이버들 200여명이 비대위에 모여들었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타다가 사업을 원활하게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다금지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여객법 개정안의 폐기를 주창했던 이재웅 전 쏘카(타다의 모기업) 대표는 현재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듯하다. 이 대표는 “어찌되었든 저는 졌습니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습니다”라는 말을 페이스북에 남긴 채 홀연히 타다를 떠났다. 이제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쏘카의 대표까지 겸임하면서 책임을 떠 안게 됐다. 그런데 박재욱 신임 대표는 사실상 이재웅 전 대표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 온 바 있다. 현재로선 이재웅이 떠난 자리에서 박 대표가 어느 정도까지 사업구조 변화에 나설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사람이 남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 사업을 접는다'가 타다의 마지막 뜻이어서는 안된다. 타다의 혁신 도전이 이대로 저무는가 싶어 안타깝다. 여객법 개정안 통과로 타격을 입은 후에도 드라이버들이 남은 이상 기업 스토리는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여객법 개정안 통과라는 '리스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닌데 추후 타다의 대응이 아쉽다. 소비자에게 집중한 서비스로 빛났던 타다가 이제는 소비자를 넘어 노동자에게까지 시선을 줄 수는 없을까. 기업인의 진가는 위기를 맞았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더욱 빛나는 법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김나볏 중기IT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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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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